# 1/12 시간의 상대성

By [Abilifi](https://paragraph.com/@abilifi) · 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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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이제 작년이네 라는 말을 자주 쓸 수 밖에 없는 시기가 돌아왔다.

아차 하고 정신차려보니 작년의 기억이었던 것들이다. 매년 1월마다 겪는 일이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더니, 진짜로 정신차려보니 1년이 지나있는 기분이다.

실제로도 나이가 들때마다 시간이 빠른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내가 겪는 시간은 경험을 기반으로 측정하는데, 1살때의 1시간은 1/1 이라 치면, 30살의 1시간은 1/30 으로 절대 총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주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얼추 맞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더욱 나는 시간을 빠르게 느끼겠지, 더 빨리 지나가겠지.. 하고 종종 생각한다.

얼마전 유투브에서 90년대 생들은 120살까지 수명이 늘어날 것이라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의 평균 수명이 100살이라 하면 20살 정도가 더 길어진다는 건데, 어느순간 갑자기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의 신체는 고작 50-60년을 사용하라고 만들어졌는데, 강제적으로 120살까지 살 생각을 하니 신체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계속 고장나는 신체를 열심히 고쳐서 사용할 계획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얼마전 약을 변경한뒤로 메스꺼움이 지속되서 영 밥을 먹지 못했다. 콘서타의 부작용이 메스꺼움,식욕부진이라 하더라. 처음 3일차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 마냥 온 신체가 호르몬의 변화를 뽑아내더니, 이제 그 다음은 다른 부작용이었다. 아무것도 먹지않아도 속이 메스꺼웠다. 계속 속이 얹힌 것 마냥 뱉어내길 원하는 듯 했고, 밥을 먹는 도중에도 중간에 밥먹기를 포기해야했다. 그런 식습관을 3일정도 지속하니, 배가 고픈데 배가 부르면서 기력이 없어졌다. 몸이 점점 볼품없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불쌍해보이는 내 모습이 좋았다.

운동 선생님들은 진지하게 고민을 하셨다. 무리해서 운동하지 말라는 둥, 쉬라는 둥, 걱정을 해주셨다. 왜냐하면 고작 단 1주일 만에 나는 너무나 쉽게 그동안 쌓아올린 나의 운동 집중력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고작 단 1주일, 내 삶이 쉽게 무너질 수 있었던 시간. 앞으로 나에게는 90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는데, 90년 중에 아주 작은 일부만으로도 내 삶을 마음껏 망칠 수 있었다.

1주일의 고통을 겪다보니 90년이라는 시간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나는 90년 동안 얼마만큼 아플까?

걱정이 많은 나는 90년의 행복보다도 다가올 두려움을 생각해버린다. 글을 쓰며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지만, 고통을 겪을때의 나는 여전히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다행히 이제는 조금 나아졌다. 적어도 한 그릇을 먹을 수는 있게 되었고, 배고픔을 느끼고 있다. 괜찮아졌기에 웃으며 글을 쓸 수도 있지만 마음 한켠에는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도 나아진다. 아주 고통스러워도 시간은 나아지게 해줄 것이고, 불안은 행복과 같아서 크게 다가오다가도 줄어들을 것이다.

앞으로의 남은 90년이라는 시간도 이렇겠지. 하고 인생을 또 한발자국 받아들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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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ly published on [Abilifi](https://paragraph.com/@abilifi/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