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6 막내린 뒤의 고요 **Published by:** [Abilifi](https://paragraph.com/@abilifi/) **Published on:** 2022-10-16 **URL:** https://paragraph.com/@abilifi/10-16 ## Content 일본 여행 2일차 오늘은 하루종일 쇼핑을 하고 동료가 추천해준 모츠나베집에 다녀왔다. 직원도 어눌어눌하게 최대한의 영어를 했고, 나도 어눌어눌하게 영어를 해서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오랜만에 먹는 끓인 야채라 (그래봤자 3-4일) 너무 행복했다. 보통 여행지에서 먹기는 어려운 음식인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하고, 혼자서 해냈다는 심리적 성취감도 있었던 것 같다. 불과 2일전 나는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1일전인 어제에는 습관적으로 뉴스를 보고 회사용 업무 툴을 켰다.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는 않는데, 어쩐지 심장은 이해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2일 전에는 팀원들과 마지막 회의를 하려고 했는데, 어디론가 나를 부르더니 이사님이 케익을 사와서 축하 파티를 해주셨다. 초를 켜놓고 한마디 하라고 하셔서 무엇을 말할까 하다가 최대한 긍정적인 말을 하고 싶어서 주저리 주저리 말해버렸다. 여러분과 함께 더 오래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저는 이제 자유를 찾아, 건강을 찾아 떠나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눈물이 날 것도 같았지만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울컥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울컥하지 않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사직원을 작성하면서 마지막으로 회사를 한바퀴 돌며 동료들에게 인사를 했다. 퇴사 당일 아침에 몰래 책상에 편지와 선물을 놓고간 다른 팀 S, 그리고 어제는 책상에 아이같은 편지를 써놓고 간 H, 그리고 굳이 굳이 케익까지 사서 축하를 해주신 이사님. 그리고 이제 프리랜서로 살아야하니 좋은 가방을 사준 D, 좋은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이름을 새긴 만년필을 준 A 까지. 생각나는 대로 적었지만 이보다 더 많았음은 확실하다. 나는 왜 이렇게 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어야했을까. 나는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지않는 길을 걸을 것이라 말한 것인데. 고마웠다. 그리고 즐거웠다. 퇴사를 위한 축제를 다녀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인사를 하고, 내가 택시를 타는 앞까지 기다려주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택시를 탔다. 그리고 내렸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싶어하는 동료가 있었다. 그래서 다시 택시에서 내려 그를 기다렸다. 그러나 간발의 차로 그를 만날 수는 없었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버린 나의 회사에서의 마지막. 그리고 집에와서 다른 동료와 축하파티를 아주 신나게 하고 정신없이 출국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감이 났다. 사소한 나의 메일주소가 비활성화 된 것 처럼, 업무용 툴이 더이상 시끄럽게 울리지않는 것. 내가 나의 동료의 그룹에서 빠져나와버린 것을. 하필 일본 여행 오자마자 카카오톡이 전국적으로 이슈를 일으키며 멈춰버렸다. 그래서 그런가 여행지에 와있기도 했지만 고요했다. 이 고요한 기분 언제였는지 기억이 났다. 불과 3달전 오랜만에 정신과 약을 먹었을 때였다. 오랜만에 약을 먹어 뇌가 일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그때처럼, 어제의 나는 뇌가 휴업상태였다. 숙소에서 명상을 틀어놓고 낮잠을 자고, 노트북을 켜서 뻘짓거리를 하기도했고, 근처 편의점에 가서 아무거나 사서 밥을 먹었다. 나의 인생의 한가지 막이 끝나고, 다음 막을 올리기전의 고요함 같았다. 나는 그 고요함 속에서 살기위해 밥을 먹고, 잠을 잤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일어나서 밖에 나갈 생각을 했다. 타지에 와있어서 이별을 견뎌내기는 쉬웠던 것 같다. 타지라서 좋은 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주 조금 집에 가고 싶었다. 친구가 나중엔 그리울테니 밖에 나가서 구경하고 놀다오라고 했다.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억지로 몸을 일으켜 밖에 나갔다 왔다. 오랜만에 바깥세상에서 쇼핑도 하고, 혼자서 비싼 밥을 먹기도 했고, 모르는 사람과 칭찬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새로운 web3.0세상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나는 빠르게 새로운 막을 올릴 수 있었다. 아무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퇴사 축하 파티에서 눈물이 전혀 나지않은 것 처럼 의외로 괜찮았던 것도 사실이다. 혹시 내가 아직 나를 속이고 있어서 덜 느낀 것이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이 올라오려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괜찮다. 내가 매번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내 인생은 롱이라고. 트레이딩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롱 포지션은 상승에 베팅을 하는 행위다. 롱 포지션은 뒷받침할 수 있는 자본만 있으면 실패할 수 없다는 장점도 있다. 어제까지는 내가 그냥 막연히 잘 될거라는 생각에서 내 인생은 롱이다 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번 회사를 정리하며 내 인생이 롱포지션인 이유는 더 알게 되었다. 나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나의 많은 동료들. 가족들. 친구들. 내인생은 영원히 롱포지션이다. ## Publication Information - [Abilifi](https://paragraph.com/@abilifi/): Publication homepage - [All Posts](https://paragraph.com/@abilifi/): More posts from this publication - [RSS Feed](https://api.paragraph.com/blogs/rss/@abilifi): Subscribe to upda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