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 우리의 지평선에서 **Published by:** [Abilifi](https://paragraph.com/@abilifi/) **Published on:** 2022-10-01 **URL:** https://paragraph.com/@abilifi/10-2 ## Content 나는 요즘 아빌리파이정을 먹는다. 나의 주요 관심사다. 아빌리파이정은 양극성장애를 위한 약이다. 네이버에서 약검색을 해보면 **효능효과 1. 조현병 2. 양극성 장애와 관련된 급성 조증 및 혼재 삽화의 치료 3. 주요 우울증 장애 치료의 부가 요법제 4. 자폐 장애와 관련된 과민증 5. 뚜렛장애나는 원래 우울증약과 불안장애 약을 먹었다. 그러다가 이 아빌리파이라는 것으로 변경을 했는데, 처음에 먹었던 용량의 5배를 먹고있다. 처음엔 1mg였다. 현재는 5mg이다. 병원에 갈때마다 이 아빌리파이정의 색이 뚜렷해지는걸 안다. 처음엔 흰색, 그다음엔 민트색, 지금은 바다같은 색이다. 내가 양극성장애를 겪고있는 거구나, 라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의사선생님은 내가 겪는 일들을 듣고도 정확히 나에게 어떠한 진단을 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내가 의사선생님에게 말한 것 말한 것들로 충분히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우울증약을 먹을때에는 기분이 널뛰는게 엄청 났다. 그런데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도 감정이 죽을 것 같이 힘들어졌다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는 갑자기 미친듯이 신이나서 헤벌쩍 웃고 다녔다. 아 나 우울증이 아니고 조울증인 거구나. 하고 납득해버렸다. 의사선생님은 조현병까지는 아니라고 끝끝내 부인하고 계시지만, 자꾸만 현실과 꿈이 헷갈리고 현실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결국은 조현병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나는 아프다. 아파서 약을 먹지 않으면 무언가를 하고 있기가 힘들었고, 그저 존재하는 것의 영위가 어려웠다. 어제 J가 5mg이면 그래도 조현병은 아닌거 같다 라고 말을 하다가 그런데 너 몸무게가 몇키로였지?하며 되묻는다. 내 몸무게는 일반 남성의 1/2~2/3 정도를 오간다. 그 사실을 말하니 J도 급작스레 말이 줄은게 생각을 하느라 그런건지, 아니면 그냥 아 그렇구나 한건지는 모르겠다. 어제는 J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시간을 보냈다. 사실 보내는 시간 자체가 좋아서 미쳐버리겠다 이런 기분은 아니었다. 그냥 고요하고.. 좋은 대화가 지속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놀고있던 에어비앤비에서 나오면서 J가 4년뒤에 만나자. 아니 4년 너무 길다. 2년뒤에 만나자 라고 했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했다. 아 오늘이 마지막인거구나. 약속한 거였지. 평소같았으면 무언가를 와다다 질문하고 말했을 텐데, 아침약을 잘 챙겨먹은 탓인지 납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의사선생님이 말한 모든 결정을 유보하라는 말을 떠올렸다. 나는 아 그때는 나 이거이거 끝나있겠다. 하면서 웃을 수 있었다. J가 서점에 가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이 근처에 가장 좋은 서점으로 데려갔다. J는 처음보는 길을 걸으며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그마저도 나는 잘 보지 못했다. 나는 최근 걷기가 어렵고 집중해야해서 매우 걷는게 힘들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 핑계로 그를 밖에서는 잡지 않을 수 있었다. 서점에서 J가 자신이 읽을 책을 골라달라고 하기에, 나는 내가 좋아했던 책 몇권을 골라주었고, 어제 나에게 영감있는 글을 보내준 W가 발췌한 글이 있는 원문이 담긴 책을 골라 담았다. 어제 W가 보내준 글은 울림 그 자체여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게 만드는 구절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책을 고르고 나와 각자의 길로 떠났다. 떠나는 길목에서 나는 이게 정말로 한동안의 마지막이겠지 하며 올라오는 생각을 애써 무시해보려 노력했다. 그런데 애써 무시한다는 것은 굳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것들, 우리가 그리는 미래, 재밋는 이야기는 나에게 좋은 것들이었다. 아주 잠시만 안녕한다는 것을 납득하는 과정. 어제 J에게 내가 아빌리파이로 닉네임을 만들고 싶다 했더니, 아저씨같은 노래를 불렀다. 한소절인데 I believe i can fly. 아빌리아캔플라이, 아빌리파이와 발음이 비슷하다. 지금보니 가사가 매력적이다. 난 믿는다, 내가 날수 있음을. J가 그런 뜻을 내포하여 나에게 추천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나도 당시엔 그저 웃고 말았다. 아빌리파이. 내가 그런 뜻을 상상하고 감정의 기복이 발생할 만한 순간에도 나를 다른사람에게 피해끼치지 않도록 나를 제어해주는 제어장치. 나는 제어장치로 하루를 더 존재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제어장치이자 나를 더 고통에 빠지지않도록 도와주는 친구같은 존재. 오늘부터 이 세상에서의 이 글을 쓰는 나의 이름을 아빌리파이로 하기로했다. 나는 반대로 어제 내내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노래 가사 내내 이건 끝이 아니라 골목길의 지점이다 라고 한다. 끝이 아니다. 그저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고마웠다. 내가 지금 겪고있는 수많은 이별들이 끝이 아니라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클라이맥스라고 위로해주는 것 같다. 내가 겪고 있는 지평선, 새로운 방향의 시작. 나를 가두고있던 안전한 유리병에서 떠나 지평선을 넘나들게 되는 자신. 그동안 미안하고 고마웠어. J에게 ## Publication Information - [Abilifi](https://paragraph.com/@abilifi/): Publication homepage - [All Posts](https://paragraph.com/@abilifi/): More posts from this publication - [RSS Feed](https://api.paragraph.com/blogs/rss/@abilifi): Subscribe to upda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