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 방아쇠의 완성 **Published by:** [Abilifi](https://paragraph.com/@abilifi/) **Published on:** 2022-09-11 **URL:** https://paragraph.com/@abilifi/9-11 ## Content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다. 물론 처음이 아닐수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참을 수가 없었다. 놀랍게도 별 내용도 아니었다. 새벽에 잠이 안와서 밥을 먹었다는 말을 했고, 부모님께는 아침약을 미리 먹기 위한 거라는 걸 설명하지 않았을 뿐. 아침약에는 아빌리파이(양극성장애약)와 불안장애 약이 들어있다. 지금은 아침약이 갯수는 줄어들었지만, 아빌리파이를 증량하면서 아침약이 굉장히 강하다고 느껴지고 있다. 아침약을 먹으면 조금 편하게 잠에 들 수 있다. 스르륵 잠들듯이 잘 수 있다. 새벽4시에 잠이 너무 안왔고, 아침약을 먹기위해 아침밥을 조용히 먹었고, 밖에 나가서 편의점에서 디카페인 아이스를 한잔사서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왔다.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폈다. 담배를 펴고 집에 오니 잠이 왔다. 그래서 잠에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평소처럼 식은땀을 흘리며 깼다. 식은땀이 난다고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리면 아마도 약을 또 바꿔주시거나 늘려주실 것 같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니 겨우 7시. 그런데 남들이 깨는 밝은 시간에 눈을 뜬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힘든 경험이다. 그리고 거실에 나가니 추석답게 아버지가 무언가를 먹고있었고, 나도 한입 먹었다. 자연스럽게 새벽에 누갈 무엇을 먹었느니 하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내가 잠이 잘 안와서(아침약을 먹으려고) 먹었다. 라고 했더니 부모님의 말이 쏟아진다. 엄마의 말은 별얘기 아니었는데 아빠의 말을 듣고 이상하게 화가나고 눈물이 났다.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하면서. 아빠가 한말은 “너 그렇게 커피마시고 핸드폰 하고 하니까 잠못자고 그러는거 아니냐, 그러니까 커피 마시지말고 전자파 조심해라”는 식의 어투였는데 우리 아빠는 목소리가 크고 빨라서 가끔 나에게 굉장히 공격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화가 너무 나고 억울했다. 커피를 끊은지는 오래됬고,너무 마시고 싶을때는 최대한 연하게, 마신다. 의사선생님의 경고로 몇개월간 하고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최선을 다 하고 있는데, 그 노력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갑자기 너무 화가났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내가 아빠한테 내가 잠을 안자고 싶어서 안자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는데 어떻게 하라고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 공황장애 약을 바로 먹었다. 나른해진다. 나는 이래서 집에 오는게 싫었다. 불편하다. 나를 모르는 부모님이 나에게 쉽게 상처를 준다. 얼마전에 J가 나와 대화하다가 “손목에 줄좀 긋는게 자살이야?”라고 메시지로 말했는데, 그 순간에도 오늘의 나처럼 화가났다. 억울했다. 그리고 화가났다. 그래서 J에게 감정적으로 엄청난 화를 내버렸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칼을 꺼내 그어보았다. 난 아픈게 싫어서 그런가 여전히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식칼을 꺼냈다. 식칼도 결과는 다 같았다. 그리고 뇌가 아닌 내 의지에서 이상한 스위치를 켰다. 집 안에 있는 모든 약을 가져왔다. 약봉지를 뜯는 대로 먹고 물을 마셨다. 총 13-15알 정도 먹었다. 생각보다 멀쩡했다. 그냥 졸렸다. 그래서 잠에 들었다. 내일의 결과물을 기대하며…. 아침이 되니 정신이 돌아왔다. 꼴에 살아남고 싶은 욕망은 있었는지, 병원에 바로 전화해 가장 빠른 시간으로 가고싶다고 해서 바로 출발했다. 가자마자 선생님과 대화했던 것 같다. 평소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않았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말을 많이 했다.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듯 한 표정으로 끄덕이며, 약을 변경해준다. 그리고 나면 그날의 병원은 끝이 난다. 어쨌든 약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하루종일 정신이 헤롱헤롱했다. 그리고 나서 오전에 J와 또다시 대화를 했다. 어제의 J는 나를 죽이게 한 나를 만든 장본인 이지만, 오늘의 J는 나를 또 웃고 희망을 만들게 하는 사람이다. 우습다. 나는 매일매일 매우 많은 말을 듣고 많은 사람에게 말을 하고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심지어 나의 뇌속에서는 그것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현되고 있다. 그 중에 무언가가 연결되면 나에게는 방아쇠가 생기고, 그 방아쇠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상한 경험이었다. J가 한말, 아빠가 나에게 한말, 평소라면 방아쇠를 당길 수 없는데, 요즈음의 나는 너무 쉽게 방아쇠를 만질 수 있다. 심지어 그 방아쇠가 아주 작아도 그것을 당겨버린다. 나는 약을 먹고 건강해지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런 지점때문에 무언가 불안하다. 사실은 행복한 나는 나의 상상이고, 실제로 존재하는 나는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기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오늘도 당장 남의 집을 떠나 내집으로 가며, 오롯이 나만을 위한 그 공간을 위해 떠나면서 심장이 안정된다. 나는 매일 매일 그렇게 아무말 없이, 나에게 주어지는 방아쇠를 당기지않게, 그리고 그 방아쇠를 만지지않게 끊임없이 번뇌하고 움직이고 있다. 오늘 당장 지금 내 집에 들어가 집 정리를 하고, 원래의 우리집 상태로 만들고, 나는 다시 방아쇠가 없는 나로 돌아갈 것 이다. 비록 영원할 순 없겠지만 ## Publication Information - [Abilifi](https://paragraph.com/@abilifi/): Publication homepage - [All Posts](https://paragraph.com/@abilifi/): More posts from this publication - [RSS Feed](https://api.paragraph.com/blogs/rss/@abilifi): Subscribe to upda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