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이른 저녁, 장거리 외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월드컵 대교 너머로 보이는 태양의 낌새를 보아하니 오늘 저녁노을은 가히 환상적이겠다 싶었습니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카메라를 챙겨서 노을을 보러 가기로 마음먹었죠. 이번 한 주도 잘 마무리했겠다, 한동안 좋지 않은 날씨 탓에 아름다움을 뽐내기에 인색했던 하늘의 이런 방식의 위로는 언제나 환영이라 생각하며, 얼른 카메라를 챙겨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횡단보도를 기다리며 휴대폰을 확인했는데, 오랜만에 마음 잘 맞는 회사 동기 둘에게 카톡이 와있었어요. 둘 모두 저녁에 시간 되냐는 반가운 연락이었는데, 저는 둘이 이미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이 된 상태에서 저에게도 물어보는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했습니다. 한 명은 분당 사무실에서, 다른 한 명은 강남에서 재택 후에 각자 퇴근하는 길이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둘은 상의 없이 따로 저에게 비슷한 시간에, 같은 목적으로 연락을 한 것이었죠.
열댓 명 정도 되는 제 입사 동기들은 서울과 수도권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평소에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더구나 금요일 저녁과 같은 특수한 시간에 갑자기 약속을 잡기는 더욱 어렵죠. 하지만 오늘 같이 마음이 잘 통하는 날이라면 다른 동기들도 어쩌면 같은 마음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탄력 받은 동기 한 명이 희망을 품고 남은 동기들에게도 연락을 돌려 보겠다는 겁니다. 이 이상으로 인원이 더 모일 수 있을까 싶었지만, 내심 오늘만큼은 서로 마음의 싱크가 맞았길 바랐습니다. 동기가 연락을 돌리는 사이, 오늘의 하늘을 결코 놓칠 수 없었던 저는 카메라 메모리에 노을 사진을 한가득 담았고요. 결국 예상대로 인원이 더 모이지는 못했습니다.
저희 셋은 중간 지점인 이태원에서 만났어요. 몇 달 만에 봐서 인지 조금은 어색한 짧은 인사와 함께 서로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메뉴는 간단하게 치맥으로 정하고 근처 조용한 술집으로 들어갔죠. 회사 동기들이 모여서 할 이야기는 회사 이야기가 주였지만, 각자 근무지가 모두 다른 탓에 나의 생활과 같은 듯 조금씩 달라서 오히려 쉽게 몰입할 수 있었고, 짧았다면 짧았고 길었다면 길었던 그간의 공백을 쉽게 허물었습니다. 같은 회사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농담들을 주고받으며, 그간의 힘들었던 감정들을 웃으며 털어놓고, 나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며 공감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 셋의 마음은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습니다.
막차 시간이 다 되어가는 것도 모르고,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다 계산을 마치고 술집을 나섰습니다. 그래도 이대로 헤어지긴 아쉽다며 녹사평 역 지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는 마련된 통나무 모양 테이블에 앉아 잔여 수다를 떨다가, 이후 이야기는 다음에 알려주겠다는 동기의 말에 아쉬운 탄성을 지르며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습니다.
척박했던 한 주의 끝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의 소중한 만남. 그리 대단하지 않은 음식들. 소탈한 그간의 이야기들. 우리에겐 힘들었던 한 주를 위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