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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O 거버넌스와 토큰

DAO와 거버넌스

탈중앙화 자율 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은 의사 결정과 조직의 운영이 소프트웨어 코드에 의해 통제되는 참여자 간의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2014년 비탈릭 부테린은 블로그에서 DAO를 “특정 집단에 의해 사람 간에 직접 소통하고 법적 시스템에 의해 자산을 통제하는 계층적 구조 대신에, 구성원 간 상호 작용이 소프트웨어 코드와 블록체인에 의해 구체화된 프로토콜에 따라 일어나는” 조직으로 설명했다. 서비스의 운영이나 재단의 설립 등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DAO의 구성원들은 자유롭게 온라인 상에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조직에 기여할 수 있다. DAO의 개념과 모티브는 이전에도 비즈니스, 정치 그리고 사이버펑크의 이데올로기에서 꾸준히 논의되어 왔지만, 강력한 중앙 주체없이 익명의 사용자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permissionless) 블록체인의 등장을 통해 비로소 현실에서 구현되었다.

DAO의 의사 결정은 일반적으로 체인 상(on-chain)과 체인 밖(off-chain) 모두에서 일어나며, 다양한 구성원의 이해 관계를 반영하는 민주적인 방식을 지향한다. 이론적으로 DAO의 목적은 불필요한 중간 관리자와 행정적인 비용을 배제하고 커뮤니티의 구성원 간 투표 또는 합의에 의해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을 구현하는 것이다. 조직의 운영에 필요한 규칙들은 스마트 컨트랙트 또는 DAO 빌딩 툴(i.e. Aragon, DAOHaus) 등에 의해 기록되며, 이는 모든 구성원에게 투명하게 공유된다. 달리 말하자면 이상적인 구조의 DAO라면 거버넌스 과정 자체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조직과 서비스는 모두 코드에 의해서 자동으로 결정될 뿐, 인간의 개입을 일절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비탈릭은 그의 블로그에서 DAO의 거버넌스 방법 중 RAI의 un-governance 전략의 팬임을 밝혔다. 하지만 DAO와 그들이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둘러싼 상황은 언제나 변화하며, 조직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이를 모두 고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프로젝트와 조직의 운영 방식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응하기 위해서 인간의 개입은 불가피하며 때로는 강력한 중앙 주체에 의한 리더십이 요구되기도 한다.

DAO는 기존의 조직이 가진 구조적 한계와 장애물을 넘어서 인터넷과 블록체인 위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효과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창의적인 방식들을 제시했다. DAO의 개념이 등장한 이후, 알고리즘으로 동작하는 거버넌스에 관한 실험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개별 프로젝트의 성공 또는 실패 여부와 무관하게 그들이 남긴 실험 결과는 효과적인 조직의 구조와 설계를 위한 훌륭한 레퍼런스를 제공했다. DAO가 도입한 혁신적인 조직 운영 방식의 대표적인 예시로, 흔히들 ‘온체인 거버넌스’라 칭하는 DAO의 거버넌스 토큰과 이를 활용한 투표 방식을 들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효과적인 DAO 운영을 위한 거버넌스 디자인과 토큰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DAO의 거버넌스 디자인

"DAO Landscape", Coopahtroopa
"DAO Landscape", Coopahtroopa

Defi, NFT 등 다른 블록체인의 활용 분야와 비교했을 때, DAO의 개념과 범위는 서비스, 재단, 투자 등 다양한 형태와 목적을 가진 조직으로 확장될 수 있다. Messari Governor에 따르면 약 900개에 달하는 DAO가 프로토콜 운영, 서비스 제공 또는 투자 등 다양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의 분야 또한 예술, 게임, NFT, 소셜 등 넓은 범위에 걸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 Web3 또는 블록체인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이들의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상이하다. 당연하게도 이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거버넌스 구조를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탈중앙화 자율 조직이라는 용어의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각각의 DAO는 1) 어떤 목적으로 설립된 조직이며, 2) 운영 또는 실행 상에서 어떤 부분이 자율적으로 동작하는지, 그리고 3) 조직의 운영과 의사 결정이 얼마만큼 탈중앙화 되어있는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DAO의 거버넌스 디자인은 3 가지 구성 요소를 어떻게 절충(trade-off)하여 최적의 시스템과 방법론을 고안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앞서 이상적 의미의 DAO는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코드로 명명된 규칙들에 의해 동작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직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변화하기 마련이고, 조직은 이에 맞춰 변화하고 적응하는 능력(Resilience)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인터넷과 블록체인이 탄생시킨 혁신적인 구조의 조직이라 할지라도, 모든 조직이 가진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유연하고 빠른 운영은 규모가 작고 리더십이 소수에게 집중된 조직의 특권이다. DAO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와 정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직은 규모가 커지면 커질 수록 합의와 실행에 이르는 속도가 느려지고, 절차적 비용은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한다. DAO 역시 초기에 탈중앙성과 자율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한다 하더라도, 규모가 커지고 참여자가 많아질 수록(Scale)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자율적이고 확장성이 높은 거버넌스 시스템은 악의적인 거버넌스 공격에 쉽게 노출되거나, 개별 사안에 대한 거버넌스 참여도가 떨어져 전체 조직이 가지는 대응 역량을 축소시킨다. 결국 DAO의 거버넌스 디자인은 확장성과 적응력 간의 최적의 절충안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DAO의 거버넌스 토큰

거버넌스 토큰의 목적과 의의

"DAOs and Progressive Decentralization of the CFO", Evan Fisher
"DAOs and Progressive Decentralization of the CFO", Evan Fisher

거버넌스 토큰은 크립토 커뮤니티와 DAO의 자율적이고 분산화된 거버넌스 시스템을 온체인 상에서 구현하기 위해 도입된 핵심적인 방법론 중 하나이다. 거버넌스 토큰은 명시적인 의사 결정의 책임 주체가 없는(최소한 없다고 말하는) 조직에서 *‘시스템의 변경 사항을 누가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적인 경우, 거버넌스 토큰은 조직 전체와 이를 구성하는 참여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 거버넌스 토큰을 보유한 홀더들은 DAO와 그들의 프로젝트를 개선하기 위해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커뮤니티에 기여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가진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DAO의 거버넌스 토큰은 일반적인 기업의 주식과 매우 유사한 기능을 지닌다. 기업의 보통주와 마찬가지로 거버넌스 토큰은 일반적으로 블록체인과 Web 3 기반의 조직의 운영과 소유권 분배에 사용되며, 방법론에 따라 이 둘을 구분 짓기도(ex. DAOHaus의 Share와 Loot) 한다. 기업의 주식과 비교해 거버넌스 토큰이 가지는 상대적인 장점으로는 유연성과 자율성을 꼽을 수 있다. 기업의 주주총회가 매년 1회 주요 안건만 다루는 것과 비교해 DAO의 거버넌스 제안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며, 제안의 범위 또한 단순한 파라미터 변경에서부터 프로젝트의 미래 전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다. 또한 DAO의 거버넌스 시스템과 토큰이 설계에 따라, 거버넌스를 통해 내려진 결정은 자율적으로 신뢰 없이 실행될 수 있다.

거버넌스 토큰, 과연 필요한가

거버넌스 토큰은 동일한 이해 관계를 공유하는 사용자들의 집단을 구축하고, 특정 조직과 커뮤니티에 대한 배타적인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거버넌스 토큰이 이상적인 설계대로 동작하는 경우는 드물며, 토큰의 도입은 새로운 문제와 필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 게다가 거버넌스 토큰을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인 조직 또는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DAO의 거버넌스 토큰이 없더라도 사용자들의 참여와 커뮤니티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서비스 운영에 토큰 도입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몇 가지 유틸리티를 포함하거나, 초기 고객 유치 및 자금 조달 목적으로 토큰을 남발하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Proposal Activity of Uniswap, DeepDAO
Proposal Activity of Uniswap, DeepDAO

크립토 업계에 유동성이 넘쳤던 지난 시간 동안, 거버넌스 토큰은 DAO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수단보다는 발행한 프로젝트와 토큰 홀더 모두에게 단기적인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용자들은 토큰을 투표권이 아닌 수익률로만 바라봤고, 이는 조직의 장기적인 개선을 위한 방향 설정에 있어 매우 개인주의적인 접근법으로 이어졌다. 프로토콜 역시 무분별한 에어드랍 등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용자에 대한 "보상"으로 거버넌스 토큰을 사용하는 경우가 잦았다. 비록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거버넌스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지만, 대체로 재정적 인센티브는 거버넌스 인센티브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토큰 보유자의 투기적 특성은 토큰 보유자 중 얼마나 적은 비율만이 실제 DAO의 거버넌스에 참여하는지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DeepDAO에서 가장 높은 트레저리 자산을 보유한 Uniswap의 Proposal 참여율은 전체 토큰 홀더 중 0.1% 미만, 투표 참여율은 5.5%에 그친다.

"DAO governance attacks, and how to avoid them", a16z crypto
"DAO governance attacks, and how to avoid them", a16z crypto

마찬가지로 거버넌스 제안 통과를 위한 정족수와 실제로 토큰 투표에 참여하는 비율은 매우 적다는 점 또한 지적받을 수 있다. 게다가 기존 기업의 주식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거버넌스 토큰은 주로 프로젝트가 초기 투자자로에게 투자금을 유치하는 대가로 지불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토큰 거버넌스는 출범 초기에 탈중앙화와 다양한 참여자의 이해 관계를 반영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의미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거버넌스 토큰의 중앙화가 문제될 수 있는 이유는 단지 Web 3의 철학에 벗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앙화된 구조는 거버넌스 또는 트레저리 공격에 대한 취약점이나, 규제의 타겟으로 점 찍힐 리스크를 내포한다. 적절하게 탈중앙화된 DAO의 거버넌스는 공격자의 효용을 감소시키거나 공격에 필요한 비용을 증가시키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How to become a DAO

DAO From Day 1

https://twitter.com/owocki/status/1402370103245635588

어떤 프로젝트 또는 서비스가 DAO가 되기 위한 방법은 2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프로젝트 출범 시점부터 DAO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프로젝트의 성공과 커뮤니티의 성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프로젝트와 커뮤니티는 모두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다양한 의사 결정과 배틀 테스트 과정을 거치게 되고 시간이 지날 수록 강건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MakerDAO가 있다. Maker 재단의 CEO Rune Christensen은 2015년 Reddit 포스트에서 stablecoin과 프로젝트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커뮤니티를 DAO로 운영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MakerDAO는 다사다난했던 블록체인과 Web 3 발전 역사의 초창기부터 명맥을 유지해 온 몇 안되는 프로젝트다.

비록 MakerDAO와 그들의 MKR 토큰이 이상적인 구조의 거버넌스 시스템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오랜 시간 배틀 테스트를 통해 커뮤니티와 팀에게 쌓인 DAO 운영과 거버넌스 디자인의 경험은 분명 많은 프로젝트에게 참고 사례를 제공했고, 사람들에게 깊이 신뢰받는 프로젝트로 자리 잡게 했다.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DAO로 운영하는 방식은 Web 3와 크립토 네이티브 프로젝트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으나, 앞서 언급한 거버넌스 토큰의 단점을 고스란히 겪게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와 커뮤니티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파운더와 팀이 효과적인 거버넌스 시스템을 설계하더라도 필연적으로 소수의 주체에 의해 운영될 수 밖에 없다. 이는 DAO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 아니라 이를 이용한 거버넌스 공격에 대한 취약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그들이 제창한 서비스와 시스템이 효과적일수록 그들의 비전과 생태계를 지지하는 이들보다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타겟이 되기 쉽다. 따라서 프로젝트와 팀이 초창기부터 DAO의 형태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와 커뮤니티가 상호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에 대비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Progressive Decentralization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Product DAOs and Community DAOs?"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Product DAOs and Community DAOs?"

DAO가 되기 위해 프로젝트가 선택할 수 있는 두 번째 대안은 그들의 제품과 커뮤니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DAO로의 전환을 꾀하는 Exit to community 모델이다. 이는 점진적인 방식으로 탈중앙화된 조직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에서 점진적 민주화(Progressive Democratization) 또는 점진적 탈중앙화(Progressive Decentralisation)라고 불린다. 점진적 탈중앙화 방식은 프로젝트 출범 초기에 중앙화된 조직(스타트업 등)으로 거버넌스 권환을 통제하다가, 서비스와 커뮤니티가 발전해 나아감에 따라 DAO의 구조와 거버넌스의 규칙이 결정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Scale vs. Resilience 프레임워크에서 하나의 효과적인 최적화 방안이 될 수 있다. 프로젝트 출범 초기에는 수많은 불확실성과 위기에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 때 거버넌스와 토큰을 활용한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은 그들이 성장하고 안착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와 커뮤니티가 어느 정도 고착화되고 나면, 더 이상의 큰 환경 변화는 자주 나타나지 않고 제한적인 주제의 안건만이 거버넌스 제안으로 남게 된다. 이 때는 서비스의 운영과 소유권을 커뮤니티로 이전하는 방식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러한 접근 방식은 초기와 비교해 DAO에 관한 이해와 툴이 비교적 성숙해진 지금에야 커뮤니티에 운영 권한을 탈중앙화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단, 프로젝트와 커뮤니티는 기존 조직 운영 방식에서 탈중앙화로의 도약함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중앙화된 구조로 운영되던 서비스와 커뮤니티가 DAO로 탈바꿈 하는 경우, 자칫 커뮤니티와 서비스의 운영에 있어 예기치 못한 문제들과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A brief history of Gitcoin from 2017 - 2022", Kevin Owocki
"A brief history of Gitcoin from 2017 - 2022", Kevin Owocki

대표적인 사례로 Gitcoin을 꼽을 수 있다. Gitcoin은 출범 초기에는 블로그에서 “토큰이 Gitcoin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며, 당장은 법, 규제와 투자자가 아니라 Product-Market Fit 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밝혔다. 이후 Gitcoin의 창립자인 Owoki는 블로그를 통해 “Gitcoin과 Grant의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거버넌스 결정의 중요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으며, 더 많은 거버넌스 주제가 커뮤니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옳다”며 서비스를 탈중앙화할 때가 왔음을 알렸다. 결국 비교적 최근인 2022년 11월, 그들은 GTC 토큰과 Gitcoin DAO를 출범해 Gitcoin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서비스의 운영과 공공재를 위한 펀딩에 커뮤니티의 힘을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어떤 방식으로 DAO가 되는 것이 서비스와 커뮤니티에 맞는 최적의 방법인지는 알 수 없다. 초기에 거버넌스 토큰 없이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환경이 바뀜에 따라 거버넌스 토큰을 통한 점진적 민주화를 도입할 수도 있다. 또는 비탈릭의 주장대로 서비스와 커뮤니티의 운영이 자율화되고 외부 환경에 대한 변동성이 줄어들면 거버넌스 자체에 대한 필요성이 제거될 수 있다. 혹은 우리가 알던 토큰과 투표 외에도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서 얼마든지 커뮤니티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성공적인 Web 3 프로젝트로 자리 잡기 위한 방법은 기존의 기업 또는 조직이 성공하기 위한 공식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Jessse Walden의 글을 인용하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1) 제품 또는 서비스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Product/Market Fit), 2) 구성원의 활발한 참여(Community) 그리고 3) 이를 고려한 최적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실험과 개선일 것이다.

Meta-Governance와 subDAO, 더 나은 확장성을 향해

A Take on the dYdX DAO's Near Future
A Take on the dYdX DAO's Near Future

필자의 지식이 닿는 범위에서, Meta-Governance와 subDAO의 개념과 범위는 아직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다. Meta-Governance의 접두사 ‘Meta’는 하위 집합을 포괄하는 상위의 개념 또는 주체로 해석될 수 있다. 즉, DAO에 접목된 Meta-Governance는 상위의 DAO(부모 DAO, parentDAO 또는 superDAO)를 통해 하위 DAO들(subDAOs)를 통제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Meta-Governance를 동일한 서비스 내의 상하위 집합의 개념으로 해석해 subDAO라는 용어와 혼용하기도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Meta-Goveranance를 서로 다른 DAO 간 토큰 교환으로 얽혀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의미하기도 한다. 다음 글에서는 Curve War에서 Curve와 Convex, 그리고 Fei Protocol과 AAVE의 거버넌스 관계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번 글에서는 동일한 프로토콜 내에서 상하위 집합으로 이뤄진 DAO의 개념을 한정하는 용어로 지칭한다. 아직 충분한 규모에 도달한 DAO의 사례가 그리 많지 않기에 Meta-Governance와 subDAO는 크립토 커뮤니티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최근 dYdX DAO의 향후 전략MakerDAO의 엔드게임 플랜에서 제안되며 수면 위로 등장했다. MakerDAO의 MetaDAO에 관한 상세한 설명은 Maker Forum에 작성된 제안과 다음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DAO를 비롯한 모든 조직은 규모가 커질 수록 개별 참여자가 운영 상의 디테일을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규모의 증가는 조직 내에 관료주의와 절차의 복잡성을 야기할 수 있다. subDAO는 기존의 DAO 시스템이 가진 확장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거버넌스 방법론이다. subDAO는 DAO 내에서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데 겪는 운영 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superDAO로부터 파생된 하위 DAO를 의미한다. 기존 기업 구조에 빗대자면, 지주 회사 등에서 다수의 자회사를 두고 사업을 전개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subDAO는 일반적으로 superDAO와 독립적인 조직의 거버넌스와 지배권을 가지며, 특정한 기능적 단위를 수행한다. 단, subDAO는 superDAO의 하위에 위치하는 조직이므로 경우에 따라 superDAO가 subDAO에 거버넌스 권한을 행사하기도 한다. subDAO가 superDAO의 관계와 기능 면에서 가지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이해 관계의 합치 - subDAO와 superDAO 간 이해 관계를 합치시키는 것은 subDAO 디자인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superDAO와 subDAO 간 경제적 이해 관계는 토큰의 교환, 바이백 또는 매출 공유 등으로 정렬될 수 있다. 또한 그들은 브랜드, 인력 등 비경제적 자원을 상호 교류 함으로써 독립적인 두 집단 간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 자율적인 조직 - DAO의 규모가 커질 수록 조직의 운영과 기능적 구분은 복잡하고 모호해진다. subDAO는 기존 조직이 가진 기능과 거버넌스를 분화함으로써 자율적인 조직으로 운영될 수 있게끔 한다.

subDAO는 superDAO가 관료주의에 빠지거나 효율성을 저하시키지 않고 확장성을 갖출 수 있게 한다. Meta-Governance 구조가 가지는 장점은 베조스가 말한 피자 2판의 법칙에 대응할 수 있다. subDAO의 핵심은 조직의 부피를 줄이고 분산화하여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더 적은 인원으로 구성된 소규모의 팀은 더 빠른 소통 주기와 책임감을 갖게 한다. 동시에 하위 토큰과 대체 수익원을 통해 superDAO의 자금 조달 및 현금 흐름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잠재적으로 subDAO가 가져올 수 있는 효과는 현지 언어와 인재의 유치이다. 블록체인과 Web 3는 기본적으로 국경의 제약이 없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지향하지만, 실제 업무와 소통에는 대인간 소통과 문화적 장벽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subDAO는 각각의 그룹이 범국가 기업의 개별 지사처럼 작동하는 것 또한 가능하게 한다. subDAO는 위험 관리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시장 변동성이 높은 크립토 산업 특성상, superDAO는 특정 기능과 매출원을 하나의 집단에서 관리하기 보다는 개별 subDAO를 조성 및 해체함으로써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다.

Risk of the subDAO

https://twitter.com/park_eth/status/1584840246176645120?ref_src=twsrc%5Etfw%7Ctwcamp%5Etweetembed%7Ctwterm%5E1584840246176645120%7Ctwgr%5Ed1b7f0f7564c2f222c73562f6faf7b1fc5f722a9%7Ctwcon%5Es1_&ref_url=https%3A%2F%2Fblockworks.co%2Fnews%2Fare-subdaos-the-future-of-dao-governance

당연하게도 기존의 DAO가 subDAO로 전환하는 것은 아무런 대가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블록체인과 Web 3 산업에서 새로운 방식의 도입이 예기치 못한 결과를 도출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과연 몇몇 프로젝트에서 subDAO를 도입했다고 해서 모든 DAO가 Meta-Governance를 도입해야 할까. 아직은 이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기에, 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Meta-Governance 도입이 가져올 수 있는 첫 번째 위험성은 조직간 이해 관계 또는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superDAO와 subDAO는 장기적으로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생태계 전반의 발전이 장기적으로 그들 모두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고안되겠지만, 단기적으로 그들의 이해 관계가 다르게 놓이는 경우는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 superDAO 또는 개별 subDAO에서 불균형한 수익 창출 또는 기여가 발생하는 경우, 생태계 전반의 성장이라는 비전보다 개별 조직의 욕심이 앞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하나의 조직을 여러 개의 개별 조직과 기능 단위로 분리하는 것은 프로토콜이 새로운 공격에 대한 노출(attack surface)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MakerDAO 엔드 게임 제안에서 게임 플랜을 옹호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반면, 생태계 전체를 갈아엎는 개혁안은 오히려 시스템 발전에 독이 된다는 반대 의견 또한 제시되었다. 해당 제안에 반대표를 던진 a16z는 엔드 게임 플랜이 “메타다오 별 독자적인 DAI 담보 자산 결정은 상품화 효과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DAI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MetaDAO라는 재구조화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을 지적했다. MakerDAO의 위임인인 Park Y는 그의 트위터에서 “MetaDAO는 소유권 및 인센티브를 통해 Maker와 재정적, 정치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subDAO를 상위 조직에서 진정으로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마치며

이번 글에서 DAO의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요소들과 토큰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 살펴보았다. 분명한 것은 아직 DAO라는 개념과 이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방법론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만, DAO가 가지는 가장 큰 의의는 조직의 구조와 거버넌스를 실험하고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제시하기 위한 장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기반 위에서 DAO와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그들의 고민은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유의미한 실험 결과들을 제공했다.

저렴한 시행 착오(trial and error)의 비용은 혁신이 일어나기 위한 전제 조건에 해당한다. 크립토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제조업과 비교하여 압도적으로 많은 스타트업과 새로운 프로덕트가 등장하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조직이라는 구조 자체에 대한 실험은 기존 시스템에서 일어나기 어렵다. 한 번의 실험에 따른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다. 국가라는 조직에 대한 실험은 근대사를 이데올로기 다툼으로 물 들였고, 기업과 스타트업의 조직 구조는 상대적으로 많은 변화를 불러왔지만(애자일 조직 등), 기본적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산업의 등장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불러온 결과이다. 반면 Web3와 DAO는 조직과 거버넌스에 대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 온라인 상에서 저렴하게 조직과 운영에 대한 실험이 이어질 수 있는 전제 조건을 마련했다.

DAO와 거버넌스에 대한 실험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DAO가 불러온 혁신에는 글의 마지막 장에서 다룬 Meta-Governance를 비롯하여, 짧게 언급한 토큰 투표 또한 블록체인이 가진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의 개념을 가장 잘 활용한 케이스 중 하나이다. 토큰 투표 방식은 기존 아날로그적인 투표 방식이 가진 한계점을 뛰어넘어 Quadratic Voting, Conviction Voting 등 전례 없는 방식들을 제시했다. DAO는 여느 Web3 어플리케이션 중에서도 개념과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은 분야라고 생각된다. 한 차례 여름의 태풍이 지나간 Web3 산업에서 다음은 어떤 실험이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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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Experiments in algorithmic governance continue

  3. DAOs, DACs, DAs and More: An Incomplete Terminology Guide

  4. A DAO Defined: The Big Picture

  5. DAO Governance: Challenges, Ideas and Tools

  6. DAOs and Democracy: Voting Mechanisms in Web3

  7. Governance Tokens - The Good, the Bad, The Ugly

  8. Public Goods, DAO and Nooks

  9. Moving beyond coin voting governance

  10. How DAO Frameworks Can Facilitate DeFi Governance

  11. Let’s talk about subDAO

  12. What Is a SubDAO? A Way To Keep Governance Decentralized

  13. Decentralized Governance in Defi: Examples and Pitfalls

  14. DAO governance attacks, and how to avoid them

  15. Progressive Decentralization: A Playbook for Building Crypto Applications

  16. Resilience of the Commons: observing “resilience” in the governance of decentralised technology communities

  17. In-depth analysis: 7 common voting mechanisms of D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