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집을 오랜간 비웠던 느낌에, 밀린 집 청소를 했다.
그런데 나의 맥북 충전기를 잊어버렸다. 부랴부랴 회사 근처에 가는김에 혹시나 하고 들러보았다. 그러나 내 맥북 충전기는 보이지않았다. 시간이 촉박했기에 부랴부랴 확인만 하고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다.
현재 나는 맥북 충전기가 총 4개 있었다.
하나는 지금 컴퓨터에 연결되어있는 가장 최신 맥북 충전기. 그리고 회사용 맥북 충전기, 그리고 내가 바로 직전에 쓰던 꽤나 신형의 맥북 충전기. 그리고 아주아주 오래전 맥북의 맥북충전기.
세번째 나의 충전기를 잃어버렸다. 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정확히는 왜 갑자기 이것을 깨달았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오늘은 너의 종말이 오는 바람에, 갑자기 내가 현실로 복귀했기 때문이었다.
Y는 신기루 처럼 어플에서 만난 아이였다. 처음에는 Y 와 대화만 하다가, 내가 기분이 안좋을때 모든걸 밀어버림으로써 그 아이와의 단절을 했다. 그러나 그 아이는 그 이전에 나에게 다른 플랫폼의 아이디를 알려달라고 한 것으로 나에게 다시 연락을 해왔다.
나는 그리고 처음으로 Y를 만났다. 첫 만남은 다른 사람의 만남과 부쩍 비슷했다. 그리고 나는 생일이 다가와 아주 폭풍같은 주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생일 저녁을 혼자 보내고 싶지 않아 Y에게 보고싶다고 하지 않았다. Y는 우리집에 왔다. 그리고 그날 우리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다음날에는 출근을 했다. 그런데 그날은 비가 많이 와서 저녁 약속이 취소되었다. 그런데 집에 다시 갔을 때 Y는 여전히 우리집에서 자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Y와의 대화는 너무나 즐거웠다. Y는 나에게 슬픈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한다고 했고, 그와의 대화는 나의 머릿속에서 도파민을 마구마구 만드는 촉매제 같았다. 그런데 그 아이가 2일째 집에 가지 않은날, 무언가 아무 이유없이 기분이 바닥을 쳤다. Y가 집에 있는 동안 나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한 것도 아니었고, 무언가를 특별히 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Y를 보며 이상하게 나의 아가가 떠올랐다.
나의 아가는 작년 여름에 떠났다. 나의 아가는 고양이여서, 내가 없으면 밥도 먹을 수 없고, 혼자서 살 수도 없는 우리집에 항상 존재하는 나의 사랑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나의 아가와 싸우고 나서 가출한 뒤인 3일뒤에 죽었다.
내가 없는 동안 고양이가 먹으면 안되는 단백질바를 먹었던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매우 늦게 알았다. 끙끙 앓는 모습을 보고 뒤늦게 병원에 가서야 알았다. 병원에서 선생님이 괜찮아 질거라 했고, 나는 그렇게 집으로 왔다. 그리고 다음날에 병원에 갔을때는 이상하게 선생님이 언제든지 병원에서 전화를 하면 와달라고 했다.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그리고 선생님은 원래 보호자가 출입할 수 없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 나의 아가를 보여주었다. 많이 아파보였다. 나는 나의 아가를 쳐다보며 집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걸어가는 도중에 갑자기 전화가 왔다. 지금 빨리 병원으로 와달라고 했다. 나는 이상했다. 이미 선생님께 모든걸 해달라고 했고, 나는 어떠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상관없다고 했는데, 이상했다.
심장이 터질것 처럼 마지막으로 아가를 보고 돌아온 길을 되돌아갔다. 병원에 뛰어가자마자 선생님이 나를 어딘가로 안내했다. 안내한 곳엔 산소호흡기를 끼고 심폐소생술을 받고있는 나의 아가가 있었다.
심폐소생술을 너무 심하게 받으면 폐주위의 뼈가 이렇게 무너지는 구나라는 것을 인지했다.
선생님이 나보고 결정을 해달라는 말을 했다. 나는 무슨 결정을 말씀하시는지 알면서도 몰랐다. 그리고 나는 알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계속 울었다. 선생님은 계속 심폐 소생술을 하면서 말했다. 결정을 해야한다고.
나는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이제 그만해주세요.
우리 아가의 가슴 뼈가 수많은 압박으로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 말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것이 아가의 마지막이었다.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워줬다. 나는 세상에서 이렇게 심장이 답답하도록 아플수 있구나 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이미 나의 뇌는 무너졌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인사는 하고싶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이미 아마 나의 말을 못들었을 것 같다. 왜냐면 눈동자에 초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안하다는 사과조차 이 얼마나 나의 이기심이었는가.
하염없이 울고있자 선생님이 잠시 밖에서 기다려달라고 했다. 처리를 위해 잠시 시간을 달라고 했다. 나는 그 밖에서 하염없이 세상이 떠나가도록 울었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이상하게 우리집에서 머무르는 Y를 보는데, 나의 아가가 떠올랐다. Y는 내 컴퓨터에서 유투브를 보고있었다. 떠올랐다는 사실 자체를 내가 깨닫는 순간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불을 끈 방에 앉아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Y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쭈구린 내옆에 앉아주었다.
나는 그렇게 소주를 마시며 Y에게 나의 후회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팅팅 불은 눈, 그리고 Y는 잠을 전혀 자지 않은 채로 우리는 아침을 맞이했다. 우습게도 우리는 같이 운동을 갔다. 1:1 필라테스 수업을 1:2로 아침에 바꿔달라고 해서 갑작스럽게 맞이한 경험이었다. 이 모든게 너무나 나에게는 기이했다.
Y에게 밥을 차려주고 있는 나, 나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이 아이는 이상하게 나를 편하게 했다. 이 아이는 왜 내옆에 지금 이렇게 있을까?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Y는 그렇게 우리집에 존재하다가 잠시 사라졌다. 그리고 그다음날에도 우리는 만났다. 중간에 잠시의 트러블이 있었지만, 그것조차 내 변덕에서 발생한 것이기에 Y는 그저 받아들였다.
그리고 우리는 금요일인 1주일이되는 시점 쯔음에 같이 에어비앤비를 잡아 놀러갔다. 놀러가는 그 과정조차 기이했다. 그 아이는 우리집에 있고, 나는 예약된 머리를 하러 집을 먼저 나섰다가 바깥의 약속 장소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색다른 장소에서 밥을 먹고, 아무 의미도 없는 시시껄렁한 대화를 했다.
우리는 바깥 자쿠지에서 같이 스파를 했다. 그리고 나는 Y와 또다시 시시껄렁한 대화를 하며 말했다.
나는 너가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어서 좋다, 라고 말했다. Y는 토끼같은 눈으로 처음으로 감정의 변화가 있어보이는 표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그게 티가 났냐고 말을 했다. 그런데 나는 알았다. 그 아이가 악의적으로 그런게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밤이 되었을 때, 그 아이가 우리의 숙소에 누군가를 데려와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잠시 다른 방에 들어가 있어도 되니 나를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그러더니 Y는 그럼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했다. Y가 잠시 밖에 나가 만난 사람은 Y의 전여친 이었다. 그리고 나는 숙소에 앉아있는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한명이 아니었다. 결국 Y와 Y의 전여친이 우리의 숙소로 들어온 것이다.
인사하며 대화하자는 Y에게 나는 그와 그의 전여친에게 어색하게 인사하고, 방에 들어가 있겠다 했다.
그리고 나는 자리에 앉아 일을 하려고 아이패드를 켰다. 그런데 이상하게 심장이 진정되지않았다. 질투가 나는게 아니라, 그 자리를 피한 내 자신이 너무나 못나보였다. 그래서 도망이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귀를 예민하게 하고 나가는 지를 알아내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나의 심장이 이미 멍청해져서 그게 나가는 소리인지 들어오는 소리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시간이 흐른 뒤, Y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Y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이 공간에서 떠나고 싶었다.
미안한데, 나 집에 가야할것 같아.
Y는 그 이야기를 듣고 옷을 갈아입는 내옆에 앉아 미안하다고 하며 나를 안아주었다. 나는 왜 그아이가 나에게 미안해하는지 머리로는 이해했으나 심장으로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떨리는 심장을 주체시키기 위해 공황장애약을 먹었다. Y의 말과 약이 나를 진정시켜주었다.
결국 도망가지 않게 나를 잡아준 Y에게 고마웠고, Y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Y에게 미안해하지말라고 했다.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에게 미안해하지 말아달라고. 나도 그 이유는 몰랐다. 그냥 싫었다. 나는 그 자리를 도망치려한 내가 너무 싫었고, 결국 그걸 극복하게 해준 Y가 좋았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날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길을 떠났다. 실제로 나는 다음날 아침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기다리던 사람의 좋은 소식을 연락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Y와 우리집에서 Y를 위한 밥을 했다. Y는 어느때와 똑같이 아무것도 바라지않고, 그저 맛있게 먹으며 대화를 했다. 밥을 먹고 나서는 나는 지방에 가야해서 Y를 집에 두고 갔고, Y는 내가 없는 우리집을 지키다 자신의 약속 장소로 갔다.
그리고 오늘이 되었다. Y가 없는 우리집. 아무것도 없는 적막한 우리집. 이상했다. 1년 넘게 이렇게 지냈는데, 갑자기 위화감이 들었다. Y와의 1주일은 그저 기묘했는데, 익숙했다. 그리고 좋았다.
여전히 Y와는 웃으며 시시껄렁한 대화를 했다. 나는 여전히 그가 하고싶어하는 것 같은 물건을 샀고, 주었다. Y는 여전히 화사하게 웃었다.
나는 Y가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좋았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나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 무엇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는 온전한 존재. 그저 나의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
신경써야할 것이 사라진 나의 집은 이상했다. 고요하고 이상했다.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존재의 종말. 데자뷔였다.
그리고 나서 현실로 돌아와, 맥북 충전기를 찾았다. 기이했다. 왜 그사이엔 찾을 생각을 안했고, 왜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약 10일간의 이 추억은 나에게 너무나 기묘했고, 기묘한 마무리였다. 물론 우리는 아직도 시시껄렁한 대화를 카톡으로 한다. 그런데 이 현실로 돌아온 나는 갑자기 너무나 큰 괴리감을 어찌할 바가 없다. 우리집에서 나의 보살핌을 받던 존재의 종말, 편한 생활로의 복귀, 그것은 나의 현실로의 복귀였다.
나는 맥북충전기를 애타게 찾았지만, 회사에도 없고 우리집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집에서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면 나는 어디에서 그것을 잃어버렸을까? 그리고 실제로도 내가 찾는게 맥북충전기가 맞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나를 잠시 현실에서 꺼내버린 Y라는 존재의 종말. 꿈같았던 10일, 나는 이것을 또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또다시 도망이 가고싶어졌다. 현실을 자각한 나는 또다시 두려워하기 시작할 것이다.
또다시 찾아올 것만 같은 종말의 경험. 이것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다. 차라리 종말을 경험하지 않는 결렬로 선택을 하고싶을 정도의 강한 충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