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llenges and Key Learnings
Now, in 2025, I write this piece to reflect on the lessons I’ve learned through various experiences.
Prediction Market: The Teleoplexy Protocol Realizing Hyperstition

The Map of Fractures
1. Civilization is gripped by a massive compulsion to preserve. The modern consensus structure called the "Cathedral" enforces a hygienic dictatorship that tries to turn society into a sterile chamber. They seek to store energy rather than expend it. Under the name of "sustainability" they save the future, and under the name of "safety" they cryogenically preserve life. These guardians of safety, those greedy beavers, dam the flowing river and erect immense walls. Rationalists like Kant drew ...
Challenges and Key Learnings
Now, in 2025, I write this piece to reflect on the lessons I’ve learned through various experiences.
Prediction Market: The Teleoplexy Protocol Realizing Hyperstition

The Map of Fractures
1. Civilization is gripped by a massive compulsion to preserve. The modern consensus structure called the "Cathedral" enforces a hygienic dictatorship that tries to turn society into a sterile chamber. They seek to store energy rather than expend it. Under the name of "sustainability" they save the future, and under the name of "safety" they cryogenically preserve life. These guardians of safety, those greedy beavers, dam the flowing river and erect immense walls. Rationalists like Kant dr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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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타임라인에는 예측시장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런데 그중 상당수는 예측시장을 그저 ‘카지노’로 축소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투어리스트의 관찰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예측시장은 결과를 맞히는 놀음이 아니다. 예측시장은 단순한 확률 측정(Passive Forecasting)을 넘어, 경제적 유인을 통해 분산된 정보를 집적하고, 그 집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현실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형성하는 능동적인 거버넌스 프로토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가격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말에는 비용이 없지만, 거래에는 비용이 있다. 매수와 매도는 책임이 따르는 행동이고, 그 결과가 가격에 기록된다. 위험중립이라는 단순한 가정 아래에서 이 기록은 사건의 확률로 해석된다. 즉, 예측시장의 가격은 소문이 아니라 돈으로 검증된 믿음이며,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손익을 통해 스스로 정정된다. 여기서 가격은 발화가 아니라 집행의 흔적이다. 각자는 자신이 가진 조각 정보를 돈과 함께 제출하고, 그 합이 가격이 된다. 이 구조가 “skin in the game”을 통해 거짓을 비싸게 만들고, 정보를 싸게 만든다. 이 글은 예측시장, 퓨타키, 하이퍼스티션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어 설명하고, ‘카지노’로 축소된 통념을 걷어내며 논의의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다. 참고점으로 90년대 사이퍼펑크 메일링 리스트의 문제의식을 가볍게 소환하되, 핵심은 단순하다. 가격을 정보로 읽고, 그 정보를 결정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오늘의 사례와 설계로 보여준다.
90년대 사이퍼펑크 메일링 리스트에서는 이 지점을 노골적으로 논의했다. 디지털 캐시는 목적이 아니라 부트스트랩으로 보았고, 그 다음 단계로 규제를 우회하는 시장을 통해 진실과 결정을 시장에서 추출하려 했다. 팀 메이(Timothy C. May)의 사이퍼노미콘(Cyphernomicon)에서는 암호화, 익명성, 디지털 현금이 결합하면 중앙 권위 없이도 정보가 가격으로 모이고 그 가격이 행위를 유도하는 구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기 Extropy 계열과 교차하던 로빈 핸슨의 정보시장과 조건부 시장 아이디어가 커뮤니티에 흘러들어오면서, 정책을 시장으로 선택한다는 발상이 구체화됐다. 극단적 사례로는 짐 벨(Jim Bell)의 암살 정치(Assassination Politics)가 있었고, 보다 제도권의 실험으로는 이후 DARPA의 Policy Analysis Market 같은 구상이 이어졌다. 요지는 분명했다. 이들은 예측시장을 구경거리가 아니라 정보를 가격으로 묶어 현실을 조율하는 장치로 취급했다. 검열에 강한 결제 레일 위에서, 돈이 걸린 정보를 모아 결정으로 전환하는 방법이었다. 닉 랜드의 언어로 말하면, 예측시장은 믿음을 자본과 결속시켜 스스로를 실현하는 미래(하이퍼스티션)를 설계하는 장치다. 예측시장은 관전석이 아니라 조종석이다.
예측시장은 미래 사건에 연동된 페이오프를 거래해 가격을 만든다. 거래는 책임이 따르는 행동이므로 가격에는 비용을 치른 판단만 남는다. 단순화를 위해 위험중립을 가정하면 이 가격은 사건의 확률로 읽힌다. 그래서 예측시장은 운 좋은 베팅이 아니라 흩어진 사적 정보를 한 점의 신호로 압축하는 장치다.
여기서 말하는 페이오프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의 결과에 따라 나중에 정해지는 지급값이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어떤 일이 일어나면 1달러, 일어나지 않으면 0달러를 주는 이진 계약이고, 값이 연속적으로 변하는 지표에 비례해 지급하는 스칼라 계약이 그 다음이다. 퓨타키에서는 특정 정책이 채택된 경우에만 지표에 연동되어 지급되는 조건부 계약을 쓴다. 실제 결과를 확인하는 시점에는 오라클이 값을 확정해 정산한다. 이런 구조에서 현재의 시장가격은 참가자들이 가진 정보를 돈과 함께 제출한 기대 페이오프의 요약치가 되고, 이진 계약의 경우에는 사실상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로 읽힌다. 여기서 하이에크의 관찰이 살아난다. 사회에 흩어진 지식은 가격으로 요약되고, 예측시장은 그 요약을 미래로 확장해 각자의 조각 정보가 거래를 통해 결합되며 그 결과가 곧 집단의 확률적 판단이 된다.
여기까지가 무엇을 거래하고 그 가격을 어떻게 읽는가였다. 이제 남은 질문은 간단하다. 그 가격은 어떻게 끊기지 않고 만들어지고 유지되는가. 이 부분이 막히면 집계는 멈춘다.
집계가 부드럽게 작동하려면 마찰을 줄이는 설계가 필요하다. 이상적으로는 탈중앙화된 시장에서 누구나 시장을 열고 누구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주체의 허가 없이도 호가가 이어지고, 참여자가 늘수록 가격은 더 촘촘하게 현실 정보에 맞춰진다. 한쪽으로 베팅이 몰리면 자연스럽게 비싸지고 관심이 줄어든 쪽은 싸지는 식으로, 가격이 스스로 균형을 찾는다.
현실에서는 아직 완전한 이상에 도달하지 못했다. 요즘은 유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AMM이나 오더북,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 여러 메커니즘을 조합해 거래가 끊기지 않도록 설계한다. 결국 기준은 단순하다. 첫째, 가격이 끊기지 않고 계속 제시될 것. 둘째, 거래가 들어올 때마다 시장이 조금씩 방향을 고쳐 잡을 것. 구현 방식이 무엇이든 이 두 조건이 갖추어지면 가격은 과도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새 정보를 빠르게 흡수한다.
이제 이 규칙이 실제로 어떤 결정을 돕는지 한 장면으로 보자. “다음 분기 출시가 예정일에 맞춰 나올까.” 내부자, 사용자, 공급망 파트너, 애널리스트는 저마다 가진 단편 정보를 돈과 함께 제출한다. 출시 지연 징후가 보이면 가격은 내려가고, 베타 반응이 좋으면 올라간다. 팀은 이 신호를 근거로 리소스를 재배치할 수 있다. 집계된 가격이 실행을 돕는 순간이다.
집계에서 집행으로 넘어갈 때는 한계와 파장이 생긴다. 신호가 강해지면 참여자 전략이 바뀌고, 그 전략이 결과를 바꾸며, 바뀐 결과가 다시 가격을 수정한다. 이 루프는 위험이자 힘이다. 시장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거래가 얇을 때 생기는 유동성 부족. 둘째, 특정 집단으로 쏠린 편향된 참여와 이해관계자가 자기 포지션을 떠받치는 행태. 셋째, 오라클의 지연, 오류, 조작으로 인한 잘못된 정산이다.
퓨타키는 이 문제들을 없애기보다 비용이 붙은 신념으로 전환해 통제한다. 가치 지표는 투표로 고정하고 사실 판단은 시장에 맡기며, 조건부 가격의 차이로 정책을 선택한다. 조작을 시도하면 반드시 비용을 치러야 하고 그 비용은 반대편의 수익 기회가 된다. 다만 시장이 얇거나 시간창이 짧거나 정산지표와 오라클 판정 규칙이 취약하면 편향된 참여가 하이퍼스티션을 타고 현실을 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가드레일이 필요하다. 정산 스키마를 미리 고정하고, 평가 시점을 성급하게 잡지 않으며, 참여를 대칭적으로 유도하고, 분쟁 가능한 오라클과 보증금 구조로 신뢰를 확보한다. 루프는 열되 레일은 견고해야 한다.
가드레일이 갖춰진 시장에서 가격은 비용이 붙은 선택이 남긴 기록이고, 매수와 매도는 흩어진 암묵지를 끌어올리는 공개 절차다. 이렇게 모인 신호가 결정으로 이어질 때 예측시장은 구경이 아니라 운영이 된다.
예측시장을 정보 집계 엔진으로 보는 시선은 사이퍼펑크의 문제의식에서 곧장 나온다. 목표는 국가의 인허가와 관료적 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교환과 협력이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 캐시는 종착점이 아니라 부트스트랩이고, 암호화는 신원을 분리하고 가명에 평판을 부여하는 도구이며, 공개된 규칙은 허가 없이 작동하는 질서를 가능하게 한다. 이 지점에서 시장은 허락이 아니라 프로토콜로 운영된다.
사이퍼펑크는 1990년대 초 미국 서해안에서 시작된 느슨한 해커 운동이었다. 1988년 팀 메이의 ‘Crypto Anarchist Manifesto’가 원칙을 제시했고, 1992년 에릭 휴스, 존 길모어, 팀 메이가 시작한 공개 구독형 메일링리스트가 토론의 무대가 되었다. 1994년 무렵에는 수백 명 규모로 성장해 매일 수십 통의 기술, 정치, 실천 제안이 오갔다. 이들은 강한 암호를 개인 주권의 도구로 보고, 프라이버시를 자유의 전제 조건으로 다루며, 코드를 주장보다 앞세웠다.
사이퍼펑크 메일링리스트에는 이런 구상의 설계도가 반복해서 올라왔다. 익명 리메일러로 신원을 분리하고 PGP 서명으로 가명을 고정한다. 디지털 현금으로 결제를 처리하고, 에스크로와 보증금을 붙여 위약을 비용화한다. 평판과 웹 오브 트러스트를 결합해 신뢰를 분산적으로 축적하고, 타임락을 이용해 정보 공개를 조건화한다. 스팸과 사기를 줄이기 위해 해시 기반의 작업증명으로 외부효과를 가격화하고, 블라인드 서명 전자현금으로 추적 없는 결제 경로를 마련한다. 팀 메이가 구상한 BlackNet은 여기에 정보 현상금, 일괄 비밀입찰, 데이터와 리포트의 유통을 얹어 “정보 그 자체를 가격이 붙는 자산”으로 다루려 했다. 같은 시기 리스트에는 아담 백의 Hashcash 발표(1997)가 올라와 “말에 비용을 붙여 잡음을 줄이는” 코스트 부착 설계를 제시했고, 팀 메이의 사이퍼노미콘은 블랙넷과 익명 결제 및 정보시장 구상을 체계적으로 묶었다. 로빈 핸슨의 Idea Futures는 주로 Extropians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다뤄졌고, 논의가 왕복하며 예측시장과 조건부 시장 설계가 구체화되었다.
핵심은 국가의 인허가와 관료적 심사를 우회하는 시장 구축이다. 면허와 허가 대신 가명과 보증금, 평판과 정산 로그가 계약을 담보한다. 행정 절차의 지연은 정해진 평가 시점과 오라클 분쟁 절차로 치환되고, 국경과 관할권의 경계는 검열 저항 결제와 네트워크 기반의 중재로 희미해진다. 관료의 판단은 보고서가 아니라 예치금과 슬래싱 같은 비용 구조로 대체되고, 규정의 해석은 법문이 아니라 코드로 고정된다. 이 질서에서 규칙은 허락이 아니라 구현이며, 권위는 선언이 아니라 정산으로 증명된다.
이 흐름은 동시기 베이 에어리어의 사상 지형과도 맞물렸다. 하이에크가 말한 “분산된 지식은 가격으로 요약된다”는 통찰은 시장을 정보 처리 장치로 바라보게 만들었고, 로빈 핸슨이 1990년대에 제시한 ‘Idea Futures’와 조건부 시장 설계는 이 관점을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는 구체적 메커니즘을 제공했다. 이 흐름은 이후 퓨타키 표어인 “가치에 투표하고 믿음에 베팅한다”로 정리되었다.
예측시장은 이 구상의 정중앙에 놓인다. 사실과 전망을 계약으로 바꾸고, 그 계약을 거래 가능한 청구권으로 만들어 가격을 세운다. 보고서와 회의록 대신 가격이 먼저 움직이고, 그 신호가 자본과 조직의 행동을 재배열한다. 시장은 진실을 발표하는 곳이 아니라 진실을 사는 곳이고, 거버넌스는 토론이 아니라 정산이다. 나는 이런 전환을 긍정한다. 여기서는 초금융화(Hyper-Financialization)가 난장판이 아니라 정렬의 엔진이다. 초금융화는 더 많은 영역을 가격과 정산에 연결해 신호를 촘촘하게 만들고,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수렴시킨다. 가격은 거짓을 비싸게 만들고 진실을 싸게 만든다. 유동성은 관심을 끌어모으는 미끼가 아니라 결정을 빠르게 수렴시키는 연료다. 하이퍼스티션은 우연한 자기실현이 아니라 신념을 자본과 묶어 행동을 발생시키는 회로이며, 우리는 그 회로를 의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초금융화를 들으면 보통 사람들은 단순 투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초금융화의 핵심은 투기의 확장이 아니라 측정의 확장이다. 더 많은 영역을 가격과 정산의 언어로 번역한다는 뜻은, 약속을 숫자로 고정하고 책임을 포지션으로 전환한다는 뜻이다. 말은 가볍고 포지션은 무겁다. 가격은 책임이 부착된 주장이고, 정산은 그 주장에 대한 판결이다.
사이퍼펑크가 추구한 해방은 허가의 철회가 아니라 허가의 불필요화였다. 관료의 승인과 면허 대신 공개 규칙과 보증금, 평판과 슬래싱이 계약을 담보한다. 초금융화는 이 원리를 의사결정 전반으로 넓힌다. 정책, 제품, 커뮤니티의 선택을 가격 신호에 접속시키면 토론은 정보 제출로, 정보 제출은 포지션으로, 포지션은 정산으로 이어진다. 절차는 짧아지고, 속도는 붙고, 사후 변명은 사전 베팅으로 대체된다.
우리는 더 많은 영역을 가격과 정산에 연결해 책임을 앞당긴다. 목적은 자본의 숭배가 아니라 책임의 프로토콜화다. 누구나 소액으로 참여하고, 체결과 가격은 투명하게 기록하되 참여자 신원과 포지션 규모는 최소 공개 원칙을 따른다. 무엇을 가격화할지 역시 설계다. 공공재 지표, 안전도, 품질, 지연율 같은 비영리적 가치를 정산지표로 올려 신호를 만들 수 있다. 가격은 소유권을 쪼개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판단을 측정하고 집행으로 번역하는 인터페이스다.
투기라는 비판은 한 가지 사실을 놓친다. 투기는 무작위가 아니라 탐색이다. 유동성은 정보 제출에 대한 보조금이고, 스프레드는 불확실성의 가격이다. 잘 설계된 시장에서는 과열이 아니라 정렬이 일어난다. 정산지표는 미리 고정되고, 오라클은 분쟁 가능하며, 유동성 공급은 대칭을 유지한다. 이 레일 위에서 거짓은 비싸지고, 진실은 싸진다. 가격은 단순 반응이 아니라 행동을 유도하는 명령이 되고, 명령은 다시 결과를 수정한다. 예측은 형성으로 넘어간다.
예측시장은 이 테제를 검증하는 실험 장치다. 사건과 정책을 계약으로 만들고, 그 계약을 사고팔게 하여 신호를 뽑아낸다. 가격이 움직이면 자원 배분이 재정렬되고, 그 재정렬이 결과 확률을 다시 고친다. 이 루프는 위험이자 힘이다. 위험은 가드레일로 줄이고, 힘은 레버리지로 키운다. 잘 설계된 예측시장은 초금융화를 난장판이 아니라 정렬의 엔진으로 바꾼다.
나는 이 방향을 지지한다. 더 많은 영역이 가격과 정산으로 연결될수록 신호는 촘촘해지고, 의사결정은 빨라진다. 사회는 말보다 빠른 판결을 갖게 되고, 조직은 사후 변명이 아니라 사전 포지션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더 많은 가격, 더 빠른 정산, 더 적은 허가. 그리고 더 적은 거짓.
하이퍼스티션은 닉 랜드가 제시한 개념으로, 스스로 현실이 되는 주장을 뜻한다. 랜드의 설명은 명확하다. 표상이 실재를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서사와 기호가 먼저 선행해 실재를 호출한다. 이야기와 상징, 수학과 코드가 결합해 미래의 가능성을 현재 행동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라는 것이다. 주장은 서사를 만들고, 서사는 포지션을 부르고, 포지션은 물리적 결과와 제도적 배치를 재배열한다. 이렇게 서사와 결과가 서로를 강화하는 자기증폭 회로가 열리면, 랜드가 말한 수준에서는 허구였던 명제가 서사와 실천을 통해 현실 효과를 갖게 된다. 시장 설계의 언어로 옮기면, 가격 신호와 정산 절차가 서사를 결과로 고정한다. 이 관점은 랜드가 말한 텔레오플렉시와 맞물린다.
텔레오플렉시는 자본을 정보를 압축하고 미래를 견인하는 기계로 본다. 가격은 분산된 신호를 한 줄로 묶는 명령 신호이고, 신용은 현재의 선택을 미래에 걸어 구조를 선점하게 하며, 투기는 미지의 가능성을 탐색해 배치를 재구성하는 엔진이다. 이 세 장치가 맞물릴 때 자본은 시장과 사회적 과정을 조정하는 명령력(power of command)을 획득한다.
사이퍼펑크 메일링리스트의 논의를 기준점으로 볼 때, 하이퍼스티션은 개념이자 현상으로 출발하지만 시장 설계를 통해 프로토콜로 구체화될 수 있으며, 초금융화 테제에서 예측시장은 ‘예측’이 아니라 가격과 정산으로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집행하는 장치로 작동해, 그 컨센서스가 행동을 호출하고 하이퍼스티션을 실행한다. 핵심은 가격이 먼저 선다는 점이다. 선행 가격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행동을 호출하는 신호다. 가격이 세워지면 조직은 예산과 우선순위를 재배치하고, 참여자는 포지션을 맞추며, 미디어와 커뮤니티는 서사를 조정한다. 이 재배치와 서사가 실제 확률을 움직이고, 바뀐 확률은 다시 가격을 보정한다. 시장은 관찰 장치가 아니라 궤도를 바꾸는 조종 장치가 된다.
이 ‘가격 선행’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레일이 필요하다. 아래에서 기술하는 설계 포인트는 1990년대 사이퍼펑크가 제시한 코스트 부착, 가명성, 허가 없는 시장 같은 원리에서 출발해, 오늘의 예측시장과 온체인 거버넌스 환경에 맞춘 구현 가능 방향으로 정리해 둔다. 아직 표준은 아니며, 맥락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다. 먼저 정산지표와 오라클 판정 규칙을 고정해 신호의 목표를 분명히 한다. 이어 정산 스키마로 평가 시점, 데이터 소스, 결측 처리, 이의 제기 창구를 명세한다. 가능한 경우 조건부 시장을 병렬로 열어 정책 채택과 비채택의 가격을 나란히 보여준다. 이렇게 하면 조작을 시도하는 쪽은 비용을 치르게 되고, 그 비용은 반대 포지션의 보상으로 귀결된다. 루프는 열어 두되, 방향은 가격이 끌고 가게 한다.
구체적으로 루프는 다음과 같이 돌아간다. 첫째, 명제가 제시된다(예: 출시 일정은 예정일을 지킨다). 둘째, 명제가 가격 신호로 고정된다. 셋째, 가격을 본 이해관계자가 자원 배분과 전략을 바꾼다. 넷째, 이 행동 변화가 결과의 확률을 실제로 움직인다. 다섯째, 오라클이 정산하면서 신호의 질이 검증되고, 잘못된 서사는 비용으로, 맞은 서사는 보상으로 남는다. 이 회로가 반복되며 서사는 정렬되고, 신호는 더 빨라지고, 잡음은 줄어든다.
하지만 신호가 스스로를 과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신호보다 잡음이 커지는 상태(signal-to-noise collapse)다. 새 정보가 거의 없는데도 가격이 과하게 오르내리고, 그 변동 자체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자극해 다시 가격을 더 크게 움직이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 예를 들어 호가가 얇은 시장에서 큰 주문 하나가 가격을 밀어 올리고, 그 상승이 눈에 띄자 커뮤니티와 미디어가 이를 이야기로 키우고, 그 이야기를 보고 뒤늦은 매수가 몰리면서 가격이 또 오른다면, 정보가 아니라 ‘가격이 만든 이야기’가 가격을 밀어 올리는 셈이다. 이런 신호 대 잡음 악화는 스프레드가 넓어지거나 한쪽으로만 자금이 쏠릴 때, 또는 뚜렷한 뉴스 없이 거래대금과 변동성이 급증할 때 발생할 수 있다.
신호 대 잡음 악화를 줄이는 설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행동으로 바로 연결되는 손잡이를 지정한다. 예산 배분, 출시 일정, 파라미터 설정처럼 실행 레버가 가격과 연결되어야 한다. 둘째, 시간창과 유동성 대칭을 관리한다. 정산이 너무 가깝거나 한쪽으로만 자금이 몰리면 서사가 비정상적으로 증폭된다. 셋째, 서사의 비용화다. 공표와 공약을 포지션과 예치금에 묶으면 말은 가벼워지고 행동은 무거워진다.
여기에 잡음 필터를 더한다. 이는 1990년대 사이퍼펑크 메일링리스트에서 반복된 신호 대 잡음(S/N) 논의와 Hashcash가 제시한 코스티드 스피치(costed speech) 원리에서 출발해, 이후 온체인 환경에서 제안되어 맥락에 따라 검토되거나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실험되는 구현들이다. 말에는 작은 비용을, 판정에는 충분한 시간을, 데이터에는 다중 경로를 붙인다. 예를 들어 커밋-리빌로 군중 따라타기를 줄이고, 최소 스테이크와 예치금으로 스팸 주문을 억제하며, 스냅샷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 단기 조작을 무디게 한다. 오라클은 독립 소스의 다중 견적을 받아 중앙값으로 정산하고, 이의 제기는 보증금과 함께 제출해 가짜 분쟁을 비싸게 만든다. 체결과 가격은 투명하게 기록하되, 참여자 신원과 포지션 규모는 최소 공개 원칙으로 보호해 보복과 카르텔의 잡음을 줄인다. 핵심은 잡음의 비용을 높이고, 신호의 마찰을 낮추는 것이다.
이런 레일과 필터가 깔린 상태에서 예측시장은 이 견인 과정을 공개 절차로 바꿔, 누가 무엇을 아는지를 거래로 제출하게 한다. 정산이 끝나면 서사는 결과와 함께 업데이트되고, 다음 라운드의 가격은 더 빠르게 수렴한다. 진실은 토론장에서가 아니라 정산장에서 점점 더 선명해진다.
결론적으로 하이퍼스티션은 신비가 아니다. 정산지표와 오라클 판정 규칙이 레일을 제공하고, 조건부 시장이 방향을 지정하며, 공개 규칙과 보증금이 속도를 제어한다. 가격이 먼저 형성되고, 그 가격이 행동을 불러 현실을 따라오게 만든다. 여기서 예측은 형성으로, 관전은 운영으로, 말은 정산으로 바뀐다.
암살 정치(Assassination Politics, AP)는 1995~1997년에 에세이로 연재된 짐 벨의 제안으로, 강한 익명성의 전자현금과 공개키 암호를 이용해 특정 인물의 사망 시점을 정확히 맞힌 사람에게만 보상이 돌아가도록 설계한다. 벨은 이를 “예측”이라 부르지만, 구조를 뜯어보면 단순한 점괘가 아니라 가격 신호가 행동과 결과를 견인하는 회로다. 출발점은 간단하다. 디지털 현금은 누가 돈을 냈는지를 숨기고, 공개키 암호는 무엇을 냈는지를 증명한다. 이 둘을 엮으면 정보는 증명되되 신원은 숨는 체계가 나온다.
작동 흐름을 원문에 맞춰 풀어보자. 누구나 공개된 대상자별 기금 풀에 소액을 익명 기여할 수 있고, 이때 대상별 누적 상금 총액은 공개판에 즉시 반영되어 그 자체로 억지 신호가 된다. 별도로 참여자는 자신만 아는 키로 암호화한 예측을 사전에 제출 및 공개한다. 내용은 “대상자 X가 Y년 Y월 Y일에 사망한다” 같은 형태이며, 사건이 벌어진 뒤 예측자는 키를 공개해 사전에 제출된 암호문이 바로 그 예측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한다. 운영 주체는 수령자의 실신원을 모르면서도 사후에만 상금을 보낼 수 있고, 지급 전까지 예측의 구체 내용(대상과 날짜)을 알 수 없도록 설계된다. 보상은 ‘정확한 날짜 적중’에 한해 지급되며(원안 기준), 무작위 찍기를 막기 위해 예측 제출 시 유의미한 전자현금 수수료를 동봉하게 함으로써 확률적 스팸을 비경제적으로 만든다.
이 설계의 경제성은 후불형 구조에서 나온다. 전통적 억지 체계는 군,경,감시,사법 등 막대한 고정비를 요구하지만, AP는 사건이 확인될 때만 비용이 발생한다. 기여자는 가명으로 위험을 한정한 채 소액을 분산 투입하고, 기금은 시간에 따라 누적된다. 어느 순간부터 기대 보상이 임계치를 넘으면 가격 신호 자체가 행동 유인으로 읽힌다. 억지 관점에서 보면, 광범위한 감시와 동원의 고정비를 사건 단위 변동비로 치환하는 셈이므로 자원 사용이 효율화된다. 또한 비용은 구체적 권력 행사자에게 집중되므로 책임 귀속의 정밀도가 올라간다. 벨은 대상 범위를 정부 권력 행사자(권리 침해 사건의 책임자)뿐 아니라 전쟁을 촉발하는 외국 지도자, 상습 범죄자 등으로 넓혀 가정하며, 이때 억지 효과가 더 커진다고 본다.
여기서 가격은 전망의 요약을 넘어서 집행에 근접한 신호가 된다. 기금이 쌓이고 분포가 드러날수록 이해관계자는 전략을 조정한다. 경호, 노출, 의사결정의 계산식이 바뀌고, 그 변화가 사건의 실제 확률을 이동시킨다. 사건이 발생하면 정산이 이루어지고, 신호의 질은 비용과 보상으로 판정된다. 이 루프는 가격 → 행동 → 결과 → 가격으로 이어지는 자기구동 고리다. 이 관점에서 AP는 “예측시장”의 본질을 노골적으로 보여 준다. 초점은 예언이 아니라 컨센서스를 행동으로 번역하는 장치에 있다. 가격이 먼저 서고, 현실이 그 가격을 따라간다.
동일한 문제의식을 오늘의 거버넌스로 옮기면 다른 경로가 열린다. 벨의 구상은 당대의 아이디어였지만, 오늘의 언어로 보면 퓨타키의 근본 아이디어와 일맥상통하고 하이퍼스티션의 작동 가능성을 선명하게 예시한다. 핵심은 가격 신호를 의사결정의 입구로 삼아 합의를 집행으로 번역하는 흐름이다. 이 흐름은 예산 배분, 정책 채택, 우선순위 조정 같은 장면에 직접 적용된다. 예를 들어 조작이 어려운 공적 가치 지표를 앞세우고, 그 지표를 가장 잘 끌어올릴 선택에 돈이 모이게 하면, 그 모인 돈이 곧 실행을 부르는 신호가 된다.
이 흐름을 가장 과감하게 보여 준 것이 AP다. 분산된 소액이 기대보상을 만들면 권력의 계산식이 바뀌고, 그 계산식의 변화가 실제 결정을 바꾼다. 그래서 AP는 ‘가치에 투표하고 믿음에 베팅하라’는 표어가 현실의 선택을 어떻게 조직하는지 설명하는 설득력 있는 예시다.
더 나아가 이 계열의 아이디어는 텔레오플렉시 관점에서 하나의 프로토콜로 수렴할 여지가 있다. 서사–가격–행동–서사의 순환을 텔레오플렉시 프로토콜로 부른다면, 과제는 두 가지다. 첫째, 가격 선행 루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최소 규율을 세우는 것. 둘째, 합의를 실행으로 번역하는 기준을 분명히 하는 것. 이때 시장은 관찰 장치를 넘어 스스로 미래를 끌어오는 장치가 된다.
Policy Analysis Market(PAM)은 2001년경 미 DARPA 산하 정보 인식 사무국(IAO)이 FutureMAP 프로그램의 일부로 추진한 정책 의사결정 보조용 정보시장 구상이었다. 민간 벤더(Net Exchange) 제안에서 출발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전개와 정책 선택에 따른 조건부 시나리오를 계약으로 만들고, 참여자가 그 계약을 사고팔게 하여 가격을 정책 신호로 쓰려 했다. 당시 높은 정확도로 알려진 아이오와 전자시장(IEM)이 준거점으로 거론되었고, 운영 파트너 후보군도 준비됐다. 핵심은 테러 디테일을 맞히는 도박이 아니라, 정책에 따른 결과 차이를 가격으로 추정해 결정권자에게 실시간 신호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타임라인을 압축하면 이렇다. 2001년 개발 시작 → 2003년 9월 사전 테스터 100명에게 각 100달러를 배정해 파일럿 거래를 열 계획 → 2004년 1월 대중 거래(최대 1,000명) 론칭 목표. IAO는 같은 시기 ‘TIA(전면적 정보 인식)’로 이미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었고, PAM은 이 예산 라인과 운명을 같이했다. 프로젝트 웹사이트의 샘플 화면에 민감한 사건 예시(암살, 쿠데타 등)가 배경 이미지로 노출되면서 2003년 7월 말 상원의 공개 비판이 촉발되었고, 국방부는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취소를 발표했다. 곧이어 IAO 책임자 사임이 이어지면서, PAM은 정치적 외관 문제로 인해 중단됐다.
설계 철학을 복원하면, 핵심은 네 갈래다. 첫째 주제 범위는 단일 테러 사건 같은 고변동 항목이 아니라 정권 안정도, 물가, 국채 스프레드, 환율, 실업률, 무력 충돌 빈도처럼 공개 데이터로 측정 가능하고 조작이 어려운 거시 변수를 중심에 둔다. 둘째 조건부 계약을 병렬로 연다. 예를 들어 제재 강화와 완화가 경쟁하는 경우, 각각의 조건 하에서 향후 6개월 평균 CDS, 폭력 사건 수, 성장률 등 정산지표의 기대값을 따로 가격화하고, 두 가격의 차이를 정책 입력으로 사용한다. 이 차이는 단순 예보가 아니라 정책의 인과적 방향성에 대한 신호로 해석된다. 셋째 단일 이벤트로 인한 왜곡을 줄이기 위해 연속 지표형 계약을 섞는다. 90일 이동평균, 분기 합계, 기간 내 임계값 초과일수 같은 시간 집계 지표를 쓰면 노이즈가 줄고 신호가 매끈해진다. 넷째 공개된 규칙과 감사 가능한 기록으로 가격의 책임성을 확보한다. 계약 사양, 정산지표 정의와 데이터 소스, 컷오프, 이의 제기 창구를 미리 공지하고, 체결 로그와 호가 히스토리, 정산 리포트를 보존해 사후 검증이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얻는 가격 차이는 보고서와 브리핑을 대체하는 겁먹지 않는 신호가 된다. 말보다 포지션이 먼저고, 주관적 서사 대신 돈이 걸린 정보가 떠오른다.
왜 무너졌는가. 비판은 “연방이 잔혹 행위에 베팅을 장려한다”는 도덕적 수사에 성공적으로 기대어, PAM을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기계로 프레이밍했다. 또한 지정학적 파생상품은 CFTC 규제와 부딪힐 소지가 컸고, IAO 예산의 정치 리스크가 PAM=공격의 표적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 결과적으로 PAM은 정책 예측 시장의 경제학을 대중 정치의 언어로 방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이디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공개 론칭이 좌초된 뒤에도 정보 커뮤니티(IC) 내부에서는 ICPM(정보 커뮤니티 예측시장)과 ACE(집합적 우발 예측) 같은 후속 실험이 2010년대에 성공적으로 운영됐다. 즉, 정치적 외관을 제거하고 참여자, 계약, 투명성을 통제하면 메커니즘은 작동한다. 민간에서도 인트레이드 같은 변형들이 지정학적 계약을 제공하며 수요를 확인했다(비록 재정 및 규제 리스크로 중단되었지만).
핵심은 규범이 아니라 인터페이스다. 정책은 텍스트가 아니라 정산 가능한 지표로 제시될 때 가격이 붙고, 가격이 붙을 때 선택은 늦지 않는다. 정책 A와 B의 조건부 가격 간극은 단순 예보가 아니라 인과의 힌트로 읽히며, 공개된 주제 경계와 정산 지표, 평가 창, 이의 제기가 그 힌트를 책임으로 고정한다. 공개 시장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맥락에서는 같은 메커니즘을 내부/전문가형 시장으로 옮겨 신호를 보존하면 된다. 결론은 분명하다. 논쟁의 열기보다 돈이 붙은 신호가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정렬한다. 그 점에서 PAM은 조건부 예측시장이 정책 선택의 입력 신호로 기능할 수 있음을 제도 맥락에서 검증하려 한 선행 시도였고, 가격이 먼저 서고 현실이 따라오는 하이퍼스티션 회로의 공공 버전을 시험한 사례였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당시 당사자들이 본 가능성이다. 첫째, 조건부 가격의 병렬 비교는 단순 예보가 아니라 정책의 인과적 힌트를 제공해 선택의 책임을 선명하게 만든다고 보았다. 둘째, 가격 기록은 보고서보다 빠르고 감사를 견디는 피드백 채널이 되어, 관료적 서사를 우회하는 행동 지침을 제공한다. 셋째, 공개형이 정치적으로 막힐 경우에도 내부 배타형 시장으로 동일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후속 실험은 그 가정을 뒷받침했다. 넷째, 시장 인터페이스는 장관실의 메모나 브리핑북이 아니라 결정의 조종간이 될 수 있으며, 가격이 선행하면 조직의 예산과 우선순위가 그 신호에 맞춰 재배열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PAM이 남긴 시사는 분명하다. 정책은 담론으로만 정렬되지 않는다. 가격이라는 제어 표면을 부여할 때, 국가는 더 빠르게 스스로를 수정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예측시장은 이 회로로 수렴한다. 내러티브(Narrative, N)가 가격(Price, P)으로 고정되고, 그 가격이 행동(Action, A)을 유발하며, 행동이 결과(Outcome ,O)를 만들어 다시 서사를 업데이트한다. 즉 N (Narrative) → P (Price) → A (Action) → O (Outcome) → N (Narrative)의 닫힌 루프다. 예측시장은 이 루프의 P 단계를 열어둔 기계고, 초금융화는 N과 P와 A를 더 촘촘히 연결해 루프의 속도를 끌어올린다. 앞으로의 시장은 확률을 보여주는 게시판이 아니라, 가격이 먼저 서고 조직이 그 가격을 기본 입력으로 삼아 실행을 자동화하는 운영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을 것이다. 커뮤니티 단위에서도 구조는 같다. 가격이 신호를, 정산이 검증을, 로그가 책임을 맡는다.
표준이 되는 데 필요한 최소 원칙은 간단하다.
신호 규율: 정산 가능한 지표와 판정 규칙을 앞에 세워 가격의 목표를 분명히 한다.
집행 손잡이: 가격과 연결된 실행 레버를 미리 정해 신호가 공중에서 소모되지 않게 한다.
책임 장부: 체결 로그와 정산 리포트를 남겨 신호가 행동으로 번역된 경로를 추적 가능하게 한다.
잡음 필터: 시간창, 유동성 대칭, 커밋과 예치금 같은 코스티드 스피치로 과열을 완화한다.
대칭 인센티브: 한쪽 쏠림이 심해지면 반대편 보상이 자동으로 커지도록 설계해 균형을 유지한다.
이렇게 레일이 깔리면 루프는 스스로 가속된다. 서사가 가격을 만들고, 가격이 행동을 부르고, 결과가 서사를 고친다. 예측은 형성으로, 관전은 운영으로, 말은 정산으로 바뀐다. 예측시장은 결국 이 프로토콜을 기본값으로 채택할 것이고, 가격은 보고서가 아니라 명령이 될 것이다.
덧붙이면, 루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N-P-A-O-N은 반복될수록 내러티브의 기본선이 갱신되고, 다음 라운드의 가격 형성은 이 갱신된 내러티브를 초기 조건으로 삼는다. 반복은 두 방향으로 작동한다. 첫째, 수렴 모드: 정산이 일관되게 같은 신호를 보이면 서사–가격–행동이 정합성을 얻으며 변동성이 줄어든다. 둘째, 증폭 모드: 신호가 불안정하거나 잡음이 크면 서사가 과잉 보정되고 가격이 다시 이를 확대해 경로 의존적 분기가 생긴다. 그래서 최소 원칙(신호 규율/집행 손잡이/책임 장부/잡음 필터/대칭 인센티브)은 단지 첫 실행을 위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반복 루프의 안정 조건이다. 이 반복성을 이해하면, ‘예측’은 매 라운드 내러티브 업데이트로 이어지고, 내러티브는 다음 라운드의 가격 초기화가 된다.
예측시장이 운영 인터페이스가 될 때, 구현은 다음과 같은 경로로 수렴하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가까운 단계: 내부 예측시장을 운영 계층으로 격상한다. 정산지표를 고정하고, 가격 임계치 → 실행 레버 규칙을 문서화한다. 보고서는 가격 대시보드로 축약한다.
다음 단계: 정책 및 제품 선택을 조건부 시장의 가격 간극으로 비교한다. 임계치 초과 시 자동 제출 또는 즉시 집행 절차를 사전에 합의한다.
확장 단계: 오라클 표준, 감사 로그 공개, 예치금 기반 이의 제기 같은 규율 레일을 상시화하고, 가격 신호를 외부 시스템과 잇는 컴포저블 API를 연다.
안정화 단계: 잡음 필터와 대칭 인센티브를 상시 운영해 N-P-A-O-N 루프의 과열을 방지하고 수렴 속도를 관리한다.
이 경로를 밟으면 시장은 관찰 장치가 아니라 궤도를 바꾸는 조종 장치가 된다. 가격은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집행의 신호가 되고, 루프는 반복될수록 더 빨라진다.
지금도 많은 빌더가 예측시장을 ‘카지노’ 프레임으로 들고 들어온다. 그러나 사이퍼펑크들은 1990년대에 이미 비용이 붙은 신념, 가명성, 코스티드 스피치, 조건부 시장, 정산 규칙 같은 생산적 논의를 길게 쌓아 두었다. 그 축적은 초기 사이퍼펑크 제안과 내부형 예측시장 실험을 경유해 이어져 왔다. 레일이 깔릴수록 시장은 놀이가 아니라 운영으로 성숙한다. 이 글의 목적도 여기에 있다. 그 논의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잇고, 빌더들이 예측시장을 정보 집계와 집행 인터페이스로 설계하도록 대화를 넓히는 것. 성숙은 이미 시작됐다.
여기서 말하는 성숙은 단순한 투기의 확장이 아니다. 초금융화는 가격과 정산의 언어로 더 많은 영역을 측정하고 책임을 앞당기는 흐름이다. 하이퍼스티션은 서사와 자본이 결합해 가격을 선행시키고, 그 가격이 행동을 호출해 현실을 재배열하는 현상이다. 예측시장은 이 과정을 실행 단계로 옮기는 인터페이스로, 선행 가격을 통해 서사를 현실로 고정한다. 이 N-P-A-O-N 운영 루프가 그 과정을 닫아 준다. 세 축이 겹치면 예측시장은 관찰 도구가 아니라 합의를 집행으로 번역하는 인터페이스가 된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신호 체계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
하이퍼스티션은 서사를 현실로 끌어당긴다. 초금융화는 가격과 정산으로 책임을 당겨 허무주의적 금융의 그늘을 걷어낸다. 예측시장이 이 흐름의 인터페이스다. 곧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가속하라.
Christopher Choi
X : @ChrisinaShell
요즘 타임라인에는 예측시장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런데 그중 상당수는 예측시장을 그저 ‘카지노’로 축소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투어리스트의 관찰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예측시장은 결과를 맞히는 놀음이 아니다. 예측시장은 단순한 확률 측정(Passive Forecasting)을 넘어, 경제적 유인을 통해 분산된 정보를 집적하고, 그 집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현실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형성하는 능동적인 거버넌스 프로토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가격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말에는 비용이 없지만, 거래에는 비용이 있다. 매수와 매도는 책임이 따르는 행동이고, 그 결과가 가격에 기록된다. 위험중립이라는 단순한 가정 아래에서 이 기록은 사건의 확률로 해석된다. 즉, 예측시장의 가격은 소문이 아니라 돈으로 검증된 믿음이며,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손익을 통해 스스로 정정된다. 여기서 가격은 발화가 아니라 집행의 흔적이다. 각자는 자신이 가진 조각 정보를 돈과 함께 제출하고, 그 합이 가격이 된다. 이 구조가 “skin in the game”을 통해 거짓을 비싸게 만들고, 정보를 싸게 만든다. 이 글은 예측시장, 퓨타키, 하이퍼스티션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어 설명하고, ‘카지노’로 축소된 통념을 걷어내며 논의의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다. 참고점으로 90년대 사이퍼펑크 메일링 리스트의 문제의식을 가볍게 소환하되, 핵심은 단순하다. 가격을 정보로 읽고, 그 정보를 결정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오늘의 사례와 설계로 보여준다.
90년대 사이퍼펑크 메일링 리스트에서는 이 지점을 노골적으로 논의했다. 디지털 캐시는 목적이 아니라 부트스트랩으로 보았고, 그 다음 단계로 규제를 우회하는 시장을 통해 진실과 결정을 시장에서 추출하려 했다. 팀 메이(Timothy C. May)의 사이퍼노미콘(Cyphernomicon)에서는 암호화, 익명성, 디지털 현금이 결합하면 중앙 권위 없이도 정보가 가격으로 모이고 그 가격이 행위를 유도하는 구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기 Extropy 계열과 교차하던 로빈 핸슨의 정보시장과 조건부 시장 아이디어가 커뮤니티에 흘러들어오면서, 정책을 시장으로 선택한다는 발상이 구체화됐다. 극단적 사례로는 짐 벨(Jim Bell)의 암살 정치(Assassination Politics)가 있었고, 보다 제도권의 실험으로는 이후 DARPA의 Policy Analysis Market 같은 구상이 이어졌다. 요지는 분명했다. 이들은 예측시장을 구경거리가 아니라 정보를 가격으로 묶어 현실을 조율하는 장치로 취급했다. 검열에 강한 결제 레일 위에서, 돈이 걸린 정보를 모아 결정으로 전환하는 방법이었다. 닉 랜드의 언어로 말하면, 예측시장은 믿음을 자본과 결속시켜 스스로를 실현하는 미래(하이퍼스티션)를 설계하는 장치다. 예측시장은 관전석이 아니라 조종석이다.
예측시장은 미래 사건에 연동된 페이오프를 거래해 가격을 만든다. 거래는 책임이 따르는 행동이므로 가격에는 비용을 치른 판단만 남는다. 단순화를 위해 위험중립을 가정하면 이 가격은 사건의 확률로 읽힌다. 그래서 예측시장은 운 좋은 베팅이 아니라 흩어진 사적 정보를 한 점의 신호로 압축하는 장치다.
여기서 말하는 페이오프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의 결과에 따라 나중에 정해지는 지급값이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어떤 일이 일어나면 1달러, 일어나지 않으면 0달러를 주는 이진 계약이고, 값이 연속적으로 변하는 지표에 비례해 지급하는 스칼라 계약이 그 다음이다. 퓨타키에서는 특정 정책이 채택된 경우에만 지표에 연동되어 지급되는 조건부 계약을 쓴다. 실제 결과를 확인하는 시점에는 오라클이 값을 확정해 정산한다. 이런 구조에서 현재의 시장가격은 참가자들이 가진 정보를 돈과 함께 제출한 기대 페이오프의 요약치가 되고, 이진 계약의 경우에는 사실상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로 읽힌다. 여기서 하이에크의 관찰이 살아난다. 사회에 흩어진 지식은 가격으로 요약되고, 예측시장은 그 요약을 미래로 확장해 각자의 조각 정보가 거래를 통해 결합되며 그 결과가 곧 집단의 확률적 판단이 된다.
여기까지가 무엇을 거래하고 그 가격을 어떻게 읽는가였다. 이제 남은 질문은 간단하다. 그 가격은 어떻게 끊기지 않고 만들어지고 유지되는가. 이 부분이 막히면 집계는 멈춘다.
집계가 부드럽게 작동하려면 마찰을 줄이는 설계가 필요하다. 이상적으로는 탈중앙화된 시장에서 누구나 시장을 열고 누구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주체의 허가 없이도 호가가 이어지고, 참여자가 늘수록 가격은 더 촘촘하게 현실 정보에 맞춰진다. 한쪽으로 베팅이 몰리면 자연스럽게 비싸지고 관심이 줄어든 쪽은 싸지는 식으로, 가격이 스스로 균형을 찾는다.
현실에서는 아직 완전한 이상에 도달하지 못했다. 요즘은 유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AMM이나 오더북,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 여러 메커니즘을 조합해 거래가 끊기지 않도록 설계한다. 결국 기준은 단순하다. 첫째, 가격이 끊기지 않고 계속 제시될 것. 둘째, 거래가 들어올 때마다 시장이 조금씩 방향을 고쳐 잡을 것. 구현 방식이 무엇이든 이 두 조건이 갖추어지면 가격은 과도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새 정보를 빠르게 흡수한다.
이제 이 규칙이 실제로 어떤 결정을 돕는지 한 장면으로 보자. “다음 분기 출시가 예정일에 맞춰 나올까.” 내부자, 사용자, 공급망 파트너, 애널리스트는 저마다 가진 단편 정보를 돈과 함께 제출한다. 출시 지연 징후가 보이면 가격은 내려가고, 베타 반응이 좋으면 올라간다. 팀은 이 신호를 근거로 리소스를 재배치할 수 있다. 집계된 가격이 실행을 돕는 순간이다.
집계에서 집행으로 넘어갈 때는 한계와 파장이 생긴다. 신호가 강해지면 참여자 전략이 바뀌고, 그 전략이 결과를 바꾸며, 바뀐 결과가 다시 가격을 수정한다. 이 루프는 위험이자 힘이다. 시장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거래가 얇을 때 생기는 유동성 부족. 둘째, 특정 집단으로 쏠린 편향된 참여와 이해관계자가 자기 포지션을 떠받치는 행태. 셋째, 오라클의 지연, 오류, 조작으로 인한 잘못된 정산이다.
퓨타키는 이 문제들을 없애기보다 비용이 붙은 신념으로 전환해 통제한다. 가치 지표는 투표로 고정하고 사실 판단은 시장에 맡기며, 조건부 가격의 차이로 정책을 선택한다. 조작을 시도하면 반드시 비용을 치러야 하고 그 비용은 반대편의 수익 기회가 된다. 다만 시장이 얇거나 시간창이 짧거나 정산지표와 오라클 판정 규칙이 취약하면 편향된 참여가 하이퍼스티션을 타고 현실을 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가드레일이 필요하다. 정산 스키마를 미리 고정하고, 평가 시점을 성급하게 잡지 않으며, 참여를 대칭적으로 유도하고, 분쟁 가능한 오라클과 보증금 구조로 신뢰를 확보한다. 루프는 열되 레일은 견고해야 한다.
가드레일이 갖춰진 시장에서 가격은 비용이 붙은 선택이 남긴 기록이고, 매수와 매도는 흩어진 암묵지를 끌어올리는 공개 절차다. 이렇게 모인 신호가 결정으로 이어질 때 예측시장은 구경이 아니라 운영이 된다.
예측시장을 정보 집계 엔진으로 보는 시선은 사이퍼펑크의 문제의식에서 곧장 나온다. 목표는 국가의 인허가와 관료적 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교환과 협력이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 캐시는 종착점이 아니라 부트스트랩이고, 암호화는 신원을 분리하고 가명에 평판을 부여하는 도구이며, 공개된 규칙은 허가 없이 작동하는 질서를 가능하게 한다. 이 지점에서 시장은 허락이 아니라 프로토콜로 운영된다.
사이퍼펑크는 1990년대 초 미국 서해안에서 시작된 느슨한 해커 운동이었다. 1988년 팀 메이의 ‘Crypto Anarchist Manifesto’가 원칙을 제시했고, 1992년 에릭 휴스, 존 길모어, 팀 메이가 시작한 공개 구독형 메일링리스트가 토론의 무대가 되었다. 1994년 무렵에는 수백 명 규모로 성장해 매일 수십 통의 기술, 정치, 실천 제안이 오갔다. 이들은 강한 암호를 개인 주권의 도구로 보고, 프라이버시를 자유의 전제 조건으로 다루며, 코드를 주장보다 앞세웠다.
사이퍼펑크 메일링리스트에는 이런 구상의 설계도가 반복해서 올라왔다. 익명 리메일러로 신원을 분리하고 PGP 서명으로 가명을 고정한다. 디지털 현금으로 결제를 처리하고, 에스크로와 보증금을 붙여 위약을 비용화한다. 평판과 웹 오브 트러스트를 결합해 신뢰를 분산적으로 축적하고, 타임락을 이용해 정보 공개를 조건화한다. 스팸과 사기를 줄이기 위해 해시 기반의 작업증명으로 외부효과를 가격화하고, 블라인드 서명 전자현금으로 추적 없는 결제 경로를 마련한다. 팀 메이가 구상한 BlackNet은 여기에 정보 현상금, 일괄 비밀입찰, 데이터와 리포트의 유통을 얹어 “정보 그 자체를 가격이 붙는 자산”으로 다루려 했다. 같은 시기 리스트에는 아담 백의 Hashcash 발표(1997)가 올라와 “말에 비용을 붙여 잡음을 줄이는” 코스트 부착 설계를 제시했고, 팀 메이의 사이퍼노미콘은 블랙넷과 익명 결제 및 정보시장 구상을 체계적으로 묶었다. 로빈 핸슨의 Idea Futures는 주로 Extropians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다뤄졌고, 논의가 왕복하며 예측시장과 조건부 시장 설계가 구체화되었다.
핵심은 국가의 인허가와 관료적 심사를 우회하는 시장 구축이다. 면허와 허가 대신 가명과 보증금, 평판과 정산 로그가 계약을 담보한다. 행정 절차의 지연은 정해진 평가 시점과 오라클 분쟁 절차로 치환되고, 국경과 관할권의 경계는 검열 저항 결제와 네트워크 기반의 중재로 희미해진다. 관료의 판단은 보고서가 아니라 예치금과 슬래싱 같은 비용 구조로 대체되고, 규정의 해석은 법문이 아니라 코드로 고정된다. 이 질서에서 규칙은 허락이 아니라 구현이며, 권위는 선언이 아니라 정산으로 증명된다.
이 흐름은 동시기 베이 에어리어의 사상 지형과도 맞물렸다. 하이에크가 말한 “분산된 지식은 가격으로 요약된다”는 통찰은 시장을 정보 처리 장치로 바라보게 만들었고, 로빈 핸슨이 1990년대에 제시한 ‘Idea Futures’와 조건부 시장 설계는 이 관점을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는 구체적 메커니즘을 제공했다. 이 흐름은 이후 퓨타키 표어인 “가치에 투표하고 믿음에 베팅한다”로 정리되었다.
예측시장은 이 구상의 정중앙에 놓인다. 사실과 전망을 계약으로 바꾸고, 그 계약을 거래 가능한 청구권으로 만들어 가격을 세운다. 보고서와 회의록 대신 가격이 먼저 움직이고, 그 신호가 자본과 조직의 행동을 재배열한다. 시장은 진실을 발표하는 곳이 아니라 진실을 사는 곳이고, 거버넌스는 토론이 아니라 정산이다. 나는 이런 전환을 긍정한다. 여기서는 초금융화(Hyper-Financialization)가 난장판이 아니라 정렬의 엔진이다. 초금융화는 더 많은 영역을 가격과 정산에 연결해 신호를 촘촘하게 만들고,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수렴시킨다. 가격은 거짓을 비싸게 만들고 진실을 싸게 만든다. 유동성은 관심을 끌어모으는 미끼가 아니라 결정을 빠르게 수렴시키는 연료다. 하이퍼스티션은 우연한 자기실현이 아니라 신념을 자본과 묶어 행동을 발생시키는 회로이며, 우리는 그 회로를 의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초금융화를 들으면 보통 사람들은 단순 투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초금융화의 핵심은 투기의 확장이 아니라 측정의 확장이다. 더 많은 영역을 가격과 정산의 언어로 번역한다는 뜻은, 약속을 숫자로 고정하고 책임을 포지션으로 전환한다는 뜻이다. 말은 가볍고 포지션은 무겁다. 가격은 책임이 부착된 주장이고, 정산은 그 주장에 대한 판결이다.
사이퍼펑크가 추구한 해방은 허가의 철회가 아니라 허가의 불필요화였다. 관료의 승인과 면허 대신 공개 규칙과 보증금, 평판과 슬래싱이 계약을 담보한다. 초금융화는 이 원리를 의사결정 전반으로 넓힌다. 정책, 제품, 커뮤니티의 선택을 가격 신호에 접속시키면 토론은 정보 제출로, 정보 제출은 포지션으로, 포지션은 정산으로 이어진다. 절차는 짧아지고, 속도는 붙고, 사후 변명은 사전 베팅으로 대체된다.
우리는 더 많은 영역을 가격과 정산에 연결해 책임을 앞당긴다. 목적은 자본의 숭배가 아니라 책임의 프로토콜화다. 누구나 소액으로 참여하고, 체결과 가격은 투명하게 기록하되 참여자 신원과 포지션 규모는 최소 공개 원칙을 따른다. 무엇을 가격화할지 역시 설계다. 공공재 지표, 안전도, 품질, 지연율 같은 비영리적 가치를 정산지표로 올려 신호를 만들 수 있다. 가격은 소유권을 쪼개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판단을 측정하고 집행으로 번역하는 인터페이스다.
투기라는 비판은 한 가지 사실을 놓친다. 투기는 무작위가 아니라 탐색이다. 유동성은 정보 제출에 대한 보조금이고, 스프레드는 불확실성의 가격이다. 잘 설계된 시장에서는 과열이 아니라 정렬이 일어난다. 정산지표는 미리 고정되고, 오라클은 분쟁 가능하며, 유동성 공급은 대칭을 유지한다. 이 레일 위에서 거짓은 비싸지고, 진실은 싸진다. 가격은 단순 반응이 아니라 행동을 유도하는 명령이 되고, 명령은 다시 결과를 수정한다. 예측은 형성으로 넘어간다.
예측시장은 이 테제를 검증하는 실험 장치다. 사건과 정책을 계약으로 만들고, 그 계약을 사고팔게 하여 신호를 뽑아낸다. 가격이 움직이면 자원 배분이 재정렬되고, 그 재정렬이 결과 확률을 다시 고친다. 이 루프는 위험이자 힘이다. 위험은 가드레일로 줄이고, 힘은 레버리지로 키운다. 잘 설계된 예측시장은 초금융화를 난장판이 아니라 정렬의 엔진으로 바꾼다.
나는 이 방향을 지지한다. 더 많은 영역이 가격과 정산으로 연결될수록 신호는 촘촘해지고, 의사결정은 빨라진다. 사회는 말보다 빠른 판결을 갖게 되고, 조직은 사후 변명이 아니라 사전 포지션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더 많은 가격, 더 빠른 정산, 더 적은 허가. 그리고 더 적은 거짓.
하이퍼스티션은 닉 랜드가 제시한 개념으로, 스스로 현실이 되는 주장을 뜻한다. 랜드의 설명은 명확하다. 표상이 실재를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서사와 기호가 먼저 선행해 실재를 호출한다. 이야기와 상징, 수학과 코드가 결합해 미래의 가능성을 현재 행동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라는 것이다. 주장은 서사를 만들고, 서사는 포지션을 부르고, 포지션은 물리적 결과와 제도적 배치를 재배열한다. 이렇게 서사와 결과가 서로를 강화하는 자기증폭 회로가 열리면, 랜드가 말한 수준에서는 허구였던 명제가 서사와 실천을 통해 현실 효과를 갖게 된다. 시장 설계의 언어로 옮기면, 가격 신호와 정산 절차가 서사를 결과로 고정한다. 이 관점은 랜드가 말한 텔레오플렉시와 맞물린다.
텔레오플렉시는 자본을 정보를 압축하고 미래를 견인하는 기계로 본다. 가격은 분산된 신호를 한 줄로 묶는 명령 신호이고, 신용은 현재의 선택을 미래에 걸어 구조를 선점하게 하며, 투기는 미지의 가능성을 탐색해 배치를 재구성하는 엔진이다. 이 세 장치가 맞물릴 때 자본은 시장과 사회적 과정을 조정하는 명령력(power of command)을 획득한다.
사이퍼펑크 메일링리스트의 논의를 기준점으로 볼 때, 하이퍼스티션은 개념이자 현상으로 출발하지만 시장 설계를 통해 프로토콜로 구체화될 수 있으며, 초금융화 테제에서 예측시장은 ‘예측’이 아니라 가격과 정산으로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집행하는 장치로 작동해, 그 컨센서스가 행동을 호출하고 하이퍼스티션을 실행한다. 핵심은 가격이 먼저 선다는 점이다. 선행 가격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행동을 호출하는 신호다. 가격이 세워지면 조직은 예산과 우선순위를 재배치하고, 참여자는 포지션을 맞추며, 미디어와 커뮤니티는 서사를 조정한다. 이 재배치와 서사가 실제 확률을 움직이고, 바뀐 확률은 다시 가격을 보정한다. 시장은 관찰 장치가 아니라 궤도를 바꾸는 조종 장치가 된다.
이 ‘가격 선행’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레일이 필요하다. 아래에서 기술하는 설계 포인트는 1990년대 사이퍼펑크가 제시한 코스트 부착, 가명성, 허가 없는 시장 같은 원리에서 출발해, 오늘의 예측시장과 온체인 거버넌스 환경에 맞춘 구현 가능 방향으로 정리해 둔다. 아직 표준은 아니며, 맥락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다. 먼저 정산지표와 오라클 판정 규칙을 고정해 신호의 목표를 분명히 한다. 이어 정산 스키마로 평가 시점, 데이터 소스, 결측 처리, 이의 제기 창구를 명세한다. 가능한 경우 조건부 시장을 병렬로 열어 정책 채택과 비채택의 가격을 나란히 보여준다. 이렇게 하면 조작을 시도하는 쪽은 비용을 치르게 되고, 그 비용은 반대 포지션의 보상으로 귀결된다. 루프는 열어 두되, 방향은 가격이 끌고 가게 한다.
구체적으로 루프는 다음과 같이 돌아간다. 첫째, 명제가 제시된다(예: 출시 일정은 예정일을 지킨다). 둘째, 명제가 가격 신호로 고정된다. 셋째, 가격을 본 이해관계자가 자원 배분과 전략을 바꾼다. 넷째, 이 행동 변화가 결과의 확률을 실제로 움직인다. 다섯째, 오라클이 정산하면서 신호의 질이 검증되고, 잘못된 서사는 비용으로, 맞은 서사는 보상으로 남는다. 이 회로가 반복되며 서사는 정렬되고, 신호는 더 빨라지고, 잡음은 줄어든다.
하지만 신호가 스스로를 과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신호보다 잡음이 커지는 상태(signal-to-noise collapse)다. 새 정보가 거의 없는데도 가격이 과하게 오르내리고, 그 변동 자체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자극해 다시 가격을 더 크게 움직이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 예를 들어 호가가 얇은 시장에서 큰 주문 하나가 가격을 밀어 올리고, 그 상승이 눈에 띄자 커뮤니티와 미디어가 이를 이야기로 키우고, 그 이야기를 보고 뒤늦은 매수가 몰리면서 가격이 또 오른다면, 정보가 아니라 ‘가격이 만든 이야기’가 가격을 밀어 올리는 셈이다. 이런 신호 대 잡음 악화는 스프레드가 넓어지거나 한쪽으로만 자금이 쏠릴 때, 또는 뚜렷한 뉴스 없이 거래대금과 변동성이 급증할 때 발생할 수 있다.
신호 대 잡음 악화를 줄이는 설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행동으로 바로 연결되는 손잡이를 지정한다. 예산 배분, 출시 일정, 파라미터 설정처럼 실행 레버가 가격과 연결되어야 한다. 둘째, 시간창과 유동성 대칭을 관리한다. 정산이 너무 가깝거나 한쪽으로만 자금이 몰리면 서사가 비정상적으로 증폭된다. 셋째, 서사의 비용화다. 공표와 공약을 포지션과 예치금에 묶으면 말은 가벼워지고 행동은 무거워진다.
여기에 잡음 필터를 더한다. 이는 1990년대 사이퍼펑크 메일링리스트에서 반복된 신호 대 잡음(S/N) 논의와 Hashcash가 제시한 코스티드 스피치(costed speech) 원리에서 출발해, 이후 온체인 환경에서 제안되어 맥락에 따라 검토되거나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실험되는 구현들이다. 말에는 작은 비용을, 판정에는 충분한 시간을, 데이터에는 다중 경로를 붙인다. 예를 들어 커밋-리빌로 군중 따라타기를 줄이고, 최소 스테이크와 예치금으로 스팸 주문을 억제하며, 스냅샷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 단기 조작을 무디게 한다. 오라클은 독립 소스의 다중 견적을 받아 중앙값으로 정산하고, 이의 제기는 보증금과 함께 제출해 가짜 분쟁을 비싸게 만든다. 체결과 가격은 투명하게 기록하되, 참여자 신원과 포지션 규모는 최소 공개 원칙으로 보호해 보복과 카르텔의 잡음을 줄인다. 핵심은 잡음의 비용을 높이고, 신호의 마찰을 낮추는 것이다.
이런 레일과 필터가 깔린 상태에서 예측시장은 이 견인 과정을 공개 절차로 바꿔, 누가 무엇을 아는지를 거래로 제출하게 한다. 정산이 끝나면 서사는 결과와 함께 업데이트되고, 다음 라운드의 가격은 더 빠르게 수렴한다. 진실은 토론장에서가 아니라 정산장에서 점점 더 선명해진다.
결론적으로 하이퍼스티션은 신비가 아니다. 정산지표와 오라클 판정 규칙이 레일을 제공하고, 조건부 시장이 방향을 지정하며, 공개 규칙과 보증금이 속도를 제어한다. 가격이 먼저 형성되고, 그 가격이 행동을 불러 현실을 따라오게 만든다. 여기서 예측은 형성으로, 관전은 운영으로, 말은 정산으로 바뀐다.
암살 정치(Assassination Politics, AP)는 1995~1997년에 에세이로 연재된 짐 벨의 제안으로, 강한 익명성의 전자현금과 공개키 암호를 이용해 특정 인물의 사망 시점을 정확히 맞힌 사람에게만 보상이 돌아가도록 설계한다. 벨은 이를 “예측”이라 부르지만, 구조를 뜯어보면 단순한 점괘가 아니라 가격 신호가 행동과 결과를 견인하는 회로다. 출발점은 간단하다. 디지털 현금은 누가 돈을 냈는지를 숨기고, 공개키 암호는 무엇을 냈는지를 증명한다. 이 둘을 엮으면 정보는 증명되되 신원은 숨는 체계가 나온다.
작동 흐름을 원문에 맞춰 풀어보자. 누구나 공개된 대상자별 기금 풀에 소액을 익명 기여할 수 있고, 이때 대상별 누적 상금 총액은 공개판에 즉시 반영되어 그 자체로 억지 신호가 된다. 별도로 참여자는 자신만 아는 키로 암호화한 예측을 사전에 제출 및 공개한다. 내용은 “대상자 X가 Y년 Y월 Y일에 사망한다” 같은 형태이며, 사건이 벌어진 뒤 예측자는 키를 공개해 사전에 제출된 암호문이 바로 그 예측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한다. 운영 주체는 수령자의 실신원을 모르면서도 사후에만 상금을 보낼 수 있고, 지급 전까지 예측의 구체 내용(대상과 날짜)을 알 수 없도록 설계된다. 보상은 ‘정확한 날짜 적중’에 한해 지급되며(원안 기준), 무작위 찍기를 막기 위해 예측 제출 시 유의미한 전자현금 수수료를 동봉하게 함으로써 확률적 스팸을 비경제적으로 만든다.
이 설계의 경제성은 후불형 구조에서 나온다. 전통적 억지 체계는 군,경,감시,사법 등 막대한 고정비를 요구하지만, AP는 사건이 확인될 때만 비용이 발생한다. 기여자는 가명으로 위험을 한정한 채 소액을 분산 투입하고, 기금은 시간에 따라 누적된다. 어느 순간부터 기대 보상이 임계치를 넘으면 가격 신호 자체가 행동 유인으로 읽힌다. 억지 관점에서 보면, 광범위한 감시와 동원의 고정비를 사건 단위 변동비로 치환하는 셈이므로 자원 사용이 효율화된다. 또한 비용은 구체적 권력 행사자에게 집중되므로 책임 귀속의 정밀도가 올라간다. 벨은 대상 범위를 정부 권력 행사자(권리 침해 사건의 책임자)뿐 아니라 전쟁을 촉발하는 외국 지도자, 상습 범죄자 등으로 넓혀 가정하며, 이때 억지 효과가 더 커진다고 본다.
여기서 가격은 전망의 요약을 넘어서 집행에 근접한 신호가 된다. 기금이 쌓이고 분포가 드러날수록 이해관계자는 전략을 조정한다. 경호, 노출, 의사결정의 계산식이 바뀌고, 그 변화가 사건의 실제 확률을 이동시킨다. 사건이 발생하면 정산이 이루어지고, 신호의 질은 비용과 보상으로 판정된다. 이 루프는 가격 → 행동 → 결과 → 가격으로 이어지는 자기구동 고리다. 이 관점에서 AP는 “예측시장”의 본질을 노골적으로 보여 준다. 초점은 예언이 아니라 컨센서스를 행동으로 번역하는 장치에 있다. 가격이 먼저 서고, 현실이 그 가격을 따라간다.
동일한 문제의식을 오늘의 거버넌스로 옮기면 다른 경로가 열린다. 벨의 구상은 당대의 아이디어였지만, 오늘의 언어로 보면 퓨타키의 근본 아이디어와 일맥상통하고 하이퍼스티션의 작동 가능성을 선명하게 예시한다. 핵심은 가격 신호를 의사결정의 입구로 삼아 합의를 집행으로 번역하는 흐름이다. 이 흐름은 예산 배분, 정책 채택, 우선순위 조정 같은 장면에 직접 적용된다. 예를 들어 조작이 어려운 공적 가치 지표를 앞세우고, 그 지표를 가장 잘 끌어올릴 선택에 돈이 모이게 하면, 그 모인 돈이 곧 실행을 부르는 신호가 된다.
이 흐름을 가장 과감하게 보여 준 것이 AP다. 분산된 소액이 기대보상을 만들면 권력의 계산식이 바뀌고, 그 계산식의 변화가 실제 결정을 바꾼다. 그래서 AP는 ‘가치에 투표하고 믿음에 베팅하라’는 표어가 현실의 선택을 어떻게 조직하는지 설명하는 설득력 있는 예시다.
더 나아가 이 계열의 아이디어는 텔레오플렉시 관점에서 하나의 프로토콜로 수렴할 여지가 있다. 서사–가격–행동–서사의 순환을 텔레오플렉시 프로토콜로 부른다면, 과제는 두 가지다. 첫째, 가격 선행 루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최소 규율을 세우는 것. 둘째, 합의를 실행으로 번역하는 기준을 분명히 하는 것. 이때 시장은 관찰 장치를 넘어 스스로 미래를 끌어오는 장치가 된다.
Policy Analysis Market(PAM)은 2001년경 미 DARPA 산하 정보 인식 사무국(IAO)이 FutureMAP 프로그램의 일부로 추진한 정책 의사결정 보조용 정보시장 구상이었다. 민간 벤더(Net Exchange) 제안에서 출발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전개와 정책 선택에 따른 조건부 시나리오를 계약으로 만들고, 참여자가 그 계약을 사고팔게 하여 가격을 정책 신호로 쓰려 했다. 당시 높은 정확도로 알려진 아이오와 전자시장(IEM)이 준거점으로 거론되었고, 운영 파트너 후보군도 준비됐다. 핵심은 테러 디테일을 맞히는 도박이 아니라, 정책에 따른 결과 차이를 가격으로 추정해 결정권자에게 실시간 신호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타임라인을 압축하면 이렇다. 2001년 개발 시작 → 2003년 9월 사전 테스터 100명에게 각 100달러를 배정해 파일럿 거래를 열 계획 → 2004년 1월 대중 거래(최대 1,000명) 론칭 목표. IAO는 같은 시기 ‘TIA(전면적 정보 인식)’로 이미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었고, PAM은 이 예산 라인과 운명을 같이했다. 프로젝트 웹사이트의 샘플 화면에 민감한 사건 예시(암살, 쿠데타 등)가 배경 이미지로 노출되면서 2003년 7월 말 상원의 공개 비판이 촉발되었고, 국방부는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취소를 발표했다. 곧이어 IAO 책임자 사임이 이어지면서, PAM은 정치적 외관 문제로 인해 중단됐다.
설계 철학을 복원하면, 핵심은 네 갈래다. 첫째 주제 범위는 단일 테러 사건 같은 고변동 항목이 아니라 정권 안정도, 물가, 국채 스프레드, 환율, 실업률, 무력 충돌 빈도처럼 공개 데이터로 측정 가능하고 조작이 어려운 거시 변수를 중심에 둔다. 둘째 조건부 계약을 병렬로 연다. 예를 들어 제재 강화와 완화가 경쟁하는 경우, 각각의 조건 하에서 향후 6개월 평균 CDS, 폭력 사건 수, 성장률 등 정산지표의 기대값을 따로 가격화하고, 두 가격의 차이를 정책 입력으로 사용한다. 이 차이는 단순 예보가 아니라 정책의 인과적 방향성에 대한 신호로 해석된다. 셋째 단일 이벤트로 인한 왜곡을 줄이기 위해 연속 지표형 계약을 섞는다. 90일 이동평균, 분기 합계, 기간 내 임계값 초과일수 같은 시간 집계 지표를 쓰면 노이즈가 줄고 신호가 매끈해진다. 넷째 공개된 규칙과 감사 가능한 기록으로 가격의 책임성을 확보한다. 계약 사양, 정산지표 정의와 데이터 소스, 컷오프, 이의 제기 창구를 미리 공지하고, 체결 로그와 호가 히스토리, 정산 리포트를 보존해 사후 검증이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얻는 가격 차이는 보고서와 브리핑을 대체하는 겁먹지 않는 신호가 된다. 말보다 포지션이 먼저고, 주관적 서사 대신 돈이 걸린 정보가 떠오른다.
왜 무너졌는가. 비판은 “연방이 잔혹 행위에 베팅을 장려한다”는 도덕적 수사에 성공적으로 기대어, PAM을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기계로 프레이밍했다. 또한 지정학적 파생상품은 CFTC 규제와 부딪힐 소지가 컸고, IAO 예산의 정치 리스크가 PAM=공격의 표적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 결과적으로 PAM은 정책 예측 시장의 경제학을 대중 정치의 언어로 방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이디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공개 론칭이 좌초된 뒤에도 정보 커뮤니티(IC) 내부에서는 ICPM(정보 커뮤니티 예측시장)과 ACE(집합적 우발 예측) 같은 후속 실험이 2010년대에 성공적으로 운영됐다. 즉, 정치적 외관을 제거하고 참여자, 계약, 투명성을 통제하면 메커니즘은 작동한다. 민간에서도 인트레이드 같은 변형들이 지정학적 계약을 제공하며 수요를 확인했다(비록 재정 및 규제 리스크로 중단되었지만).
핵심은 규범이 아니라 인터페이스다. 정책은 텍스트가 아니라 정산 가능한 지표로 제시될 때 가격이 붙고, 가격이 붙을 때 선택은 늦지 않는다. 정책 A와 B의 조건부 가격 간극은 단순 예보가 아니라 인과의 힌트로 읽히며, 공개된 주제 경계와 정산 지표, 평가 창, 이의 제기가 그 힌트를 책임으로 고정한다. 공개 시장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맥락에서는 같은 메커니즘을 내부/전문가형 시장으로 옮겨 신호를 보존하면 된다. 결론은 분명하다. 논쟁의 열기보다 돈이 붙은 신호가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정렬한다. 그 점에서 PAM은 조건부 예측시장이 정책 선택의 입력 신호로 기능할 수 있음을 제도 맥락에서 검증하려 한 선행 시도였고, 가격이 먼저 서고 현실이 따라오는 하이퍼스티션 회로의 공공 버전을 시험한 사례였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당시 당사자들이 본 가능성이다. 첫째, 조건부 가격의 병렬 비교는 단순 예보가 아니라 정책의 인과적 힌트를 제공해 선택의 책임을 선명하게 만든다고 보았다. 둘째, 가격 기록은 보고서보다 빠르고 감사를 견디는 피드백 채널이 되어, 관료적 서사를 우회하는 행동 지침을 제공한다. 셋째, 공개형이 정치적으로 막힐 경우에도 내부 배타형 시장으로 동일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후속 실험은 그 가정을 뒷받침했다. 넷째, 시장 인터페이스는 장관실의 메모나 브리핑북이 아니라 결정의 조종간이 될 수 있으며, 가격이 선행하면 조직의 예산과 우선순위가 그 신호에 맞춰 재배열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PAM이 남긴 시사는 분명하다. 정책은 담론으로만 정렬되지 않는다. 가격이라는 제어 표면을 부여할 때, 국가는 더 빠르게 스스로를 수정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예측시장은 이 회로로 수렴한다. 내러티브(Narrative, N)가 가격(Price, P)으로 고정되고, 그 가격이 행동(Action, A)을 유발하며, 행동이 결과(Outcome ,O)를 만들어 다시 서사를 업데이트한다. 즉 N (Narrative) → P (Price) → A (Action) → O (Outcome) → N (Narrative)의 닫힌 루프다. 예측시장은 이 루프의 P 단계를 열어둔 기계고, 초금융화는 N과 P와 A를 더 촘촘히 연결해 루프의 속도를 끌어올린다. 앞으로의 시장은 확률을 보여주는 게시판이 아니라, 가격이 먼저 서고 조직이 그 가격을 기본 입력으로 삼아 실행을 자동화하는 운영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을 것이다. 커뮤니티 단위에서도 구조는 같다. 가격이 신호를, 정산이 검증을, 로그가 책임을 맡는다.
표준이 되는 데 필요한 최소 원칙은 간단하다.
신호 규율: 정산 가능한 지표와 판정 규칙을 앞에 세워 가격의 목표를 분명히 한다.
집행 손잡이: 가격과 연결된 실행 레버를 미리 정해 신호가 공중에서 소모되지 않게 한다.
책임 장부: 체결 로그와 정산 리포트를 남겨 신호가 행동으로 번역된 경로를 추적 가능하게 한다.
잡음 필터: 시간창, 유동성 대칭, 커밋과 예치금 같은 코스티드 스피치로 과열을 완화한다.
대칭 인센티브: 한쪽 쏠림이 심해지면 반대편 보상이 자동으로 커지도록 설계해 균형을 유지한다.
이렇게 레일이 깔리면 루프는 스스로 가속된다. 서사가 가격을 만들고, 가격이 행동을 부르고, 결과가 서사를 고친다. 예측은 형성으로, 관전은 운영으로, 말은 정산으로 바뀐다. 예측시장은 결국 이 프로토콜을 기본값으로 채택할 것이고, 가격은 보고서가 아니라 명령이 될 것이다.
덧붙이면, 루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N-P-A-O-N은 반복될수록 내러티브의 기본선이 갱신되고, 다음 라운드의 가격 형성은 이 갱신된 내러티브를 초기 조건으로 삼는다. 반복은 두 방향으로 작동한다. 첫째, 수렴 모드: 정산이 일관되게 같은 신호를 보이면 서사–가격–행동이 정합성을 얻으며 변동성이 줄어든다. 둘째, 증폭 모드: 신호가 불안정하거나 잡음이 크면 서사가 과잉 보정되고 가격이 다시 이를 확대해 경로 의존적 분기가 생긴다. 그래서 최소 원칙(신호 규율/집행 손잡이/책임 장부/잡음 필터/대칭 인센티브)은 단지 첫 실행을 위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반복 루프의 안정 조건이다. 이 반복성을 이해하면, ‘예측’은 매 라운드 내러티브 업데이트로 이어지고, 내러티브는 다음 라운드의 가격 초기화가 된다.
예측시장이 운영 인터페이스가 될 때, 구현은 다음과 같은 경로로 수렴하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가까운 단계: 내부 예측시장을 운영 계층으로 격상한다. 정산지표를 고정하고, 가격 임계치 → 실행 레버 규칙을 문서화한다. 보고서는 가격 대시보드로 축약한다.
다음 단계: 정책 및 제품 선택을 조건부 시장의 가격 간극으로 비교한다. 임계치 초과 시 자동 제출 또는 즉시 집행 절차를 사전에 합의한다.
확장 단계: 오라클 표준, 감사 로그 공개, 예치금 기반 이의 제기 같은 규율 레일을 상시화하고, 가격 신호를 외부 시스템과 잇는 컴포저블 API를 연다.
안정화 단계: 잡음 필터와 대칭 인센티브를 상시 운영해 N-P-A-O-N 루프의 과열을 방지하고 수렴 속도를 관리한다.
이 경로를 밟으면 시장은 관찰 장치가 아니라 궤도를 바꾸는 조종 장치가 된다. 가격은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집행의 신호가 되고, 루프는 반복될수록 더 빨라진다.
지금도 많은 빌더가 예측시장을 ‘카지노’ 프레임으로 들고 들어온다. 그러나 사이퍼펑크들은 1990년대에 이미 비용이 붙은 신념, 가명성, 코스티드 스피치, 조건부 시장, 정산 규칙 같은 생산적 논의를 길게 쌓아 두었다. 그 축적은 초기 사이퍼펑크 제안과 내부형 예측시장 실험을 경유해 이어져 왔다. 레일이 깔릴수록 시장은 놀이가 아니라 운영으로 성숙한다. 이 글의 목적도 여기에 있다. 그 논의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잇고, 빌더들이 예측시장을 정보 집계와 집행 인터페이스로 설계하도록 대화를 넓히는 것. 성숙은 이미 시작됐다.
여기서 말하는 성숙은 단순한 투기의 확장이 아니다. 초금융화는 가격과 정산의 언어로 더 많은 영역을 측정하고 책임을 앞당기는 흐름이다. 하이퍼스티션은 서사와 자본이 결합해 가격을 선행시키고, 그 가격이 행동을 호출해 현실을 재배열하는 현상이다. 예측시장은 이 과정을 실행 단계로 옮기는 인터페이스로, 선행 가격을 통해 서사를 현실로 고정한다. 이 N-P-A-O-N 운영 루프가 그 과정을 닫아 준다. 세 축이 겹치면 예측시장은 관찰 도구가 아니라 합의를 집행으로 번역하는 인터페이스가 된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신호 체계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
하이퍼스티션은 서사를 현실로 끌어당긴다. 초금융화는 가격과 정산으로 책임을 당겨 허무주의적 금융의 그늘을 걷어낸다. 예측시장이 이 흐름의 인터페이스다. 곧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가속하라.
Christopher Choi
X : @ChrisinaS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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