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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투자자 중 한 명인 Gabby가 추천해준 책 『The Art of Learning』에서 체스마스터 Josh Waitzkin은 이렇게 말한다. “Competitive chess was not about perfection. It is more of a mental prizefight, with two opponents trading advantages.” 완벽한 수는 없지만, 취함과 버림의 균형 속에서 최적을 찾아간다.
내가 자산운용사에 근무하던 시절, 매일 아침 9시 55분이 되면 몇천억 원 규모의 외환 거래를 2시간 안에 마쳐야 했다. 네 개의 모니터에서 쏟아지는 경제 지표와 뉴스, 깜빡이는 숫자들 사이에서 고객에게 가장 좋은 거래를 만들어내야 했다. 지금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몇 분 뒤 더 나은 가격이 나올 가능성을 포기하게 된다. 그럼에도 지금이 최선일 수 있다.
결정이란 어떤 것을 선택하는 동시에,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는 일이다. 거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틀릴 수 있는 용기,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할 가능성과 마주하는 용기, 땅을 치고 후회하거나 누군가에게 비난받을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용기 말이다.
회사를 창업한 후, 자연스럽게 리더의 자리에 서게 되었다. 리더의 본질은 'lead'하는 것이고, 전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 헷갈리는 상황 속에서도, 정보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때로는 손해를 현실화시켜야 하는 순간에도, 뿌연 불확실성 속에서도 말이다. 한쪽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어떤 것을 버린다는 의미이고, 그것이 결정을 어렵게 만든다.
지금 투자를 한다는 것은, 1주일 뒤 더 나은 정보가 나왔을 때 그에 대응할 가능성을 포기하는 일이다. 눈앞의 이득을 취하면서도, 우리 회사가 평생 지키고 싶었던 색깔이 희미해질 수 있다. 어떤 사람과의 30분을 선택하는 순간, 운동이나 휴식, 혹은 나에게 더 의미있는 그 누군가와 나눌 수 있었던 대화의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
Josh가 말했듯, 완벽한 결정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런 여건이 주어지는 경우도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 숨을 조이게 하고, 밤잠을 설치게 하며,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그 순간에.
하지만 하나 다행인 건, 회사를 준비하고 운영해온 지난 2년 동안,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그 능력을 키워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나만의 철학, 나만의 이유, 나만의 의도
이 세 가지가 얼마나 단단하게 자리 잡은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더 나은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지고, 설령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이 실패가 아닌, 앞으로 더 나은 결정을 위한 밑거름으로 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과거 누군가의 조직 안에서 일할 때는 대부분 ‘제안’을 하거나, 결정을 하더라도 최종 책임과 리스크는 내가 아닌 오너에게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파트너와 함께 같은 비전과 가치관 위에 회사를 세운 오너로서,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을 100% 책임지는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정하기보다는, ‘왜’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통해 우선순위를 계속해서 조정하며, 본질에 가장 부합하는 결정을 빠르게 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결정이 혹 틀린 것이더라도, 그 속엔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의 배움의 씨앗이 들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 과정 속에서 얻는 모든 경험은, 나에게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의 또 다른 큰 행복이자, 나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든든한 안내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
Stev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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