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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처음 이세상에 나온 후로 벌써 십여 일이 지났네. 앞으로 네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들이 설레고, 또 내 인생을 어떻게 물들일지도 궁금하단다.
네가 어리다고 해서 너를 ‘나보다’ 미숙한 존재로 보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보도록 노력할게. 내가 더 ‘발달했다’고 해서 내 기준으로 너를 가두지 않고, 네 삶이 스스로 펼쳐질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줄게.
너와 이야기할 땐 꼭 눈을 보고 말할게. “미안, 지금은 안 될 것 같아”라고 거절해야 할 때도 너에게 시선을 두고 이야기할게. 화를 낼 때도, 꼭 눈을 보고 이유를 설명할게.
때론 시시하고, 엉뚱해도, 너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될게. “하늘은 왜 파란색이지?” “저 사람 표정은 왜 슬퍼 보일까?” “어떤 맛인지 색깔로 표현해볼래?” “이 음악 들으니까 어떤 그림이 떠올라?” 벌써 너의 대답이 너무 기다려진다.
Uncle MB가 지난주 내게 말해준 게 있어. 네가 노를 저어 나가는 배일 때, 나는 그걸 붙잡아두는 닻이 되기보다는, 네가 힘들고 지쳐 있을 땐 먼앞을 훤히 비춰주는 등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땐 많은 항로를 보여주는 등대가 될게.
너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네가 걸어가는 길마다 양옆에 보일 듯 말 듯한 가드레일이 되어 네가 힘차게 즐기고, 모험을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할게.
함께 땀을 흘리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 산을 오르고, 사우나에 가고, 농구하고, 테니스 치고, 공원에서 해 질 때까지 캐치볼을 하고, 해변의 땡볕 아래에서 모래성을 만들며 그 땀 뒤에 찾아오는 상쾌함을 함께 느껴보자.
학업, 취업, 인생의 벽에 부딪혔을 때, 많은 것들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될게. 나와 너의 uncle HK가 40대, 30대가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너의 할아버지에게 자주 하듯이 말이야.
네가 세상을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들에 물들 수 있을 텐데, 지금 네가 가장 너다운 모습인 것처럼, 나이가 들면서도 흉내 낼 수 없는 네 색깔을 잃지 않고, 너를 찾아가는 여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응원할게.
네가 무엇을 하느냐, 해야 하느냐에 대한 조언보다는, 무엇을 하든 그걸 잘 해낼 수 있는 내적인 자세와 태도를 기르는 데 더 집중하도록 도와주고 싶어. 위대한 사람들은 — 그게 투자든, 바둑이든, 글쓰기든, 야구든, 음악이든 —결국 비슷한 자질을 연마하며 그 자리에 올린거 같거든.
남과의 비교가 네 안의 건강한 동기부여가 될 순 있지만, 그 비교가 너의 인생의 방향이나 너의 행동을 비틀거나, 너 자신을 잃고 남들의 인생의 조연이 되지 않도록, 비관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힘을 기를 것을 너의 인생 이곳저곳에서 넌지시, 때론 강하게 이야기할지도 몰라.
네가 이룬 결과보다는, 그 좋든 나쁘든 한 결과에 쏟아부은 너의 노력에 칭찬할거야. 그리고 만약 그게 너에게 ‘실패’라는 결과라면, 다시 도전할 수 있다면 다음엔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만약 다시 도전할 기회가 없다면, “괜찮아, 이게 너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려는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어.
최대한 어린 나이부터,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지만 정말 중요한 돈, 투자, 창업, 그리고 명상에 대해 알려줄게.
좋은 습관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내가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할게. 그리고 더 나아가서, 좋은 습관을 만드는 습관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 너의 할아버지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여서, 너에게도 꼭 주고 싶어.
네가 사춘기에 접어들어 내 말이 귀찮고, 듣기 싫고, 내가 미워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나는 널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 네가 나를 외면하더라도 나는 standby 되어 있을게. 네가 돌아올 거라는 걸 믿고 있을 테니까. 괜찮아.
네가 내가 ‘이룬 것들’을 존경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자세나 태도, 자질들을 존경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내가 이룬 것들은 네 인생에는 상관이 없지만, 그런 태도들은 네가 살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어떤 공부를 하든,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응원할게. 하지만 너 자신의 내면과 많은 대화를 나눠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그리고 무엇을 하든, 한 번 깊게 미쳐볼 만큼 땀을 흘려봤으면 해. 그렇게 해보면, 그 안에서 즐거움과 열정뿐 아니라 좌절, 고통, 실패도 함께 경험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나가는지를 배우는 건, 인생에서 오랫동안 네가 계속해서 꺼내 쓸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될 거야.
눈앞의 쉽게 흔들리는 것들보다, 멀리 흔들리지 않는 네만의 North Star를 찾고, 그걸 향해 나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함께할게. 결승선을 끊는 게 목적이 아니라,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나아가는 그 여정 자체가 소중하다는 걸 몸으로 익히는 사람이 되기를 응원할게.
누군가와 싸워야한다면, 그건 남이 아니라 너 자신과 싸우는 사람이 되길 바래.
작은 물방울이 오랜 세월에 걸쳐 바위를 뚫는 것처럼, 투자에서뿐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시간과 복리의 마법을 사용해서 작지만 오래 지속한 노력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결과를 많이 경험해볼 수 있도록 알려줄게.
네 세대의 문화 속에는 내가 쉽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본능적으로 반대하고 싶은 것들이 분명 있을 거야.하지만 나는 배척하기보다는, 너와 대화하고, 묻고, 알아가려는 태도를 잃지 않을게.
…
이 모든 것들을 잘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지만, 적어도 너에게 ‘노력하고 있는 아빠’가 되도록 할게. 나를 너의 라이프 파트너 중 하나로 선택해줘서 고맙고, 이 세상에 온 걸 진심으로 환영해.
Stev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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