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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부푼 마음으로 기다린 토요일.
40분 거리의 예쁜 해변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하자마자 비가 내린다.
언짢아진 기분을 안고, 예정보다 일찍 들어간 타이완 덤플링 가게.
첫 번째로 나온 음식은 생각보다 맛이 없다.
‘화’가 꿈틀거린다.
끊임없이 기다리게만 하는 서비스센터의 전화기 너머에서도,
오늘따라 자꾸만 네트에 걸리는 나의 서브에도,
열심히 준비한 무언가가 아무 소용없게 되는 순간에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에도—
내 마음속 바다에는 작고 큰 파도들이 인다.
그리고 화는 조금씩 나를 오염시킨다.
마치 독사에게 물린 자리에 퍼져나가는 독소처럼,
서서히, 그러나 들키지 않게, 아주 은밀하게.
가만히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화는 ‘외부의’ 어떤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자극은 우리 몸 안에서 화를 일으킨다.
심장마비의 가능성을 높이고, 면역력을 떨어뜨리며,
소화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고, 뇌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수면의 질까지 영향을 받는 이 무시무시한 연쇄 반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몸 전체의 체인 리액션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외부의 자극을 우리 몸속의 '화'로 바꾸는가?
나와 내 비즈니스 파트너가 좋아하는 책,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
내가 밑줄을 가장 많이 그은 부분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를 향한다.
우리가 화를 내고, 고통을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타인의 나쁜 행동, 환경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우리의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고통의 진짜 원인은 외부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내가 선택한 투자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
테니스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를 불쾌하게 만들 때,
화라는 불씨에 기름을 부을지, 그 화가 내 자신을 오염시켜 나를 컨트롤하게 둘지,
그래서 나에게 피해(나쁜 호르몬 분출, 기분 나쁨, 비이성적 판단)를
주도록 내버려 둘지는 결국 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외부의 자극을 빛의 속도로 ‘화’로 바꾸는
나의 판단을 막을 수 있을까?
체스 천재 조시 웨이츠킨(Josh Waitzkin)은 화를 일으키는 자극이 오면,
그 감정과 함께 앉아, 지켜보고, 그것을 자신의 열정을 위한 에너지 자원으로 삼고,
자기만의 파동(own earthquake)을 만들으라고 하고,
일본에서 첫 미슐랭을 받은 한국인 스시 셰프 쇼타는
지루하지만 중요한 루틴을 반복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라고 말하고,
스님인 코노 류노스케는 끊임없이 부서지는 파도가 되지 말고,
그것을 고요히 받아내는 바다가 되라고 한다.
행복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쇼펜하우어가 말했듯 고통을 줄이는 삶이 곧 행복에 가깝다는
통찰을 좋아하는 편이다.
화를 다스리는 건 남을 위한 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주는 고통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다.
어제 워런 버핏이 은퇴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했을 때,
그가 했던 말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것이다.
좋은 투자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 특별한 재능이나 천재성이 아니라, 올바른 마음가짐 (right orientation)이다.
흔히 투자자를 이야기할 때
교만과 두려움 사이의 균형을 말하는데,
화 또한 교만(“나는 칭찬받아야 할 사람인데 이렇게 대해?”)과
두려움(“쟤가 뭐라고 날 무시해?”)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을 잘 다스릴 수 있기를 끊임없이 노력해야한다.
파도를 잠잠케 하는 바다처럼,
구름을 쫓아가지 않는 하늘처럼,
흔들리는 나무들을 잡아주는 산처럼,
그렇게 될수 있다면, 분명 더 좋은 투자자가 되어 있을것이다.
Stev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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