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Dialog

160bpm. 아이워치에 표시된 나의 심박수. 하기 싫은 하체 운동을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겨우 끝냈다.
스쿼트, 플랭크도 그렇지만, 런지는 정말 비참해질 정도로 하기 싫은 운동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하체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코어 근육에 얼마나 직결되는지, 멋진 이두박근보다 내 삶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코어 근육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두나 가슴 근육처럼 쉽게 드러나지 않는 영역이다. 하지만 너무 중요하다. 동시에 정말 하기 싫다. 하기 싫은 일. 결과가 눈에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귀찮게 느껴지는 일.
뉴욕 센트럴파크 앞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건물 Central Park Tower. 화려한 외관과 세계 최고 기록으로 세상에 등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좁은 대지 위에 이처럼 초고층 건물을 세우기 위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공학적 제약을 극복하는 과정이 있었다. 뼈대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데에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코어 근육’ 같은 뼈대의 존재와, 그것을 단련하고 구축하는 데 쏟아부은 노력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한 명의 팀원으로 투자 업무를 해오다가, 이제는 투자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막상 '투자'라는 행위 자체보다 이 코어 머슬을 단련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한다. 그 일들은 하기 싫고,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으며, 귀찮고, 쓸모없어 보이고, 매뉴얼처럼 반복되고, 단순하고 진부한 일들이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매시간, 매일, 매달 반복하고 잘해야 한다.
회사의 지출을 어떻게 정리할지, 미팅 노트를 어떻게 관리할지, 회사 설립에 필요한 법률 문서를 어떻게 이해할지, 그 와중에 팀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면서도 회사의 문화와 색깔을 한 방향으로 끌고 갈지, 또 분기별 성과를 어떻게 투자자들에게 전달할지 등. 결국 '투자'라는 행위는 가장 핵심이면서도 가장 외부에 노출된, 가슴 근육이나 이두박근 같은 것이다.
하지만 되새기며 믿는다. 겉으로만 화려한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오랫동안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면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단단히 다져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남들이 하기 싫고 힘들어하는 일을 오래도록 잘 해내는 것만큼, 강력한 용수철을 만드는 확실한 방법은 없다는 것을.
누구나 나무가 되어 아름다운 꽃을 피우길 원한다. 하지만 꽃은, 단단한 뿌리와 매일 꾸준히 보살펴주는 성실한 노력, 그리고 자연이 주는 운과 타이밍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피어나는 것이다. 어설프게 억지로 예쁜 꽃을 접붙인다고 한들, 그것이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자연이 주는 운과 타이밍은, 마치 주식 시장을 예측하는 것처럼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나는 단단한 뿌리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진부해 보이는 노력들을 쌓아간다면, 언젠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꽃을 피우는 빼어난 나무가 될 수 있음을 믿는다.
여전히 하체 운동은 너무 하기 싫지만, 조금씩 즐기게 되고 있다. 이 글을 쓰며, 그런 불편함 속의 의미를 더 깊이 되새기게 된다. 지금도 조용히 뿌리를 단단히 다져가는 것임을 믿는다.
Steve Lee
No comments y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