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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막 도착한 날은 첫눈이 한번 쓸고 지나간 날이었다. ‘여름’에서 16시간이란 타임을 건너뛰고 도착한 ‘겨울’. ‘첫눈’을 밟은 마이애미 촌놈 앞에 보이는 이 광경은 그에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영하의 날씨, 새하얀 눈과 입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이 vivid하고 생생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순식간에 아름다운 주변을 뿌연 배경으로 몰아넣었다.
이 세상의 그 누구와도 ‘다르게’ 유니크하게 태어난 우리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어쩌면, 나만의 색깔을 꽃피우라는 메시지보단, 어떻게 하면 주변과 비교해야 할지, 어떻게 그들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될지, ‘남들에 비해’ 내가 뭘 더 가지고, 못 가졌는지에 대해 생각을 더 하게 한다. 조물주가 나에게 불어넣은 나만의 ‘그것’은 점점 퇴화되고 주변에 있을 법한 그저 그런 것 중 하나가 되어간다. 제각기 다른 모습의 돌들이 시간속에서 깎여 서로 비슷한 모습을 하듯.
투자라는 환경도, 주변 사람들이 얼마를 벌었고, 그들이 무엇에 열광하고, 그들이 무엇에 비관적인지, 그들이 어디다가 투자하고 있는지라는 파도가 나를 덮친다. 오늘 가격이 올라가면 인생이 기쁘고, 내일 또 내려가면 슬퍼하는 이 강력한 선의 움직임. 어깨, 허리, 엉덩이, 다리를 현란히 흔드는 현란한 곡선은 우리를 그 곡선을 마치 양치기인냥 따라가는 양으로 만들어 버린다.
나는 나도 모르게 누구도 신경쓰지 않을, 누구에게도 대체되는 뿌연 배경속으로 밀려 들어간다.
주변의 ‘추위’에도, 주변이 온통 흰색으로 변해도, 이 강렬하고 탐스럽고 넋을 잃고 쳐다보게 하는 자기만의 색. 나만의 에너지. 나만의 방식. 주변을 이기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주변을 아웃포커싱해 버리는 치명적인 매력.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의 최적의 상태. 조물주가 나에게 이 세상에 던지며 불어넣어준 특별한 그것. 아마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아레테. '나만의 균형’을 통한 탁월함을 얻기 위해서 계속 탐구해야 할 그것.
나도 이 사진의 나무같은 존재가 되어가길 바라며.
Stev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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