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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작가들이 일상생활의 ‘당연한’ 것들을 정말 맛깔나게 재해석하여 표현함에 자주 감탄하고는 한다. 그러는 와중, 나도 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이 한 글자이자 한 단어를 새삼 보게 되었다.
삶 (pronounced 'salm', meaning 'living')
ㅅ - 산이 보인다. 도달한 정상의 황홀함에 잠기다가도, 곧 내리막길이 나타나고, 깊은 계곡의 늪에서 절망하다가도 다시 더 높은 정상을 향한 길이 눈앞에 펼쳐지는 그것. 기쁨도 어느 한순간 사라지고, 가장 깊은 늪도 지나가리. 쉽게 번 돈이 모래날리듯 하루아침에 사라지듯. 어쩌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라는 여정자체를 즐기는 것이 더 쉽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ㅏ - 人 (사람인)이 보인다. 나 혼자 잘된다면, 나의 잘됨, 슬픔을 진심으로 함께해줄 사람이 없다면? 내 꽃을 피우며, 스티브잡스가 말하듯, 내가 주인, 주인공인 영화를 살길 원하지만, 조연들과의 좋은 호흡이 좋지 않으면서 그 영화가 얼마나 좋은 영화가 되길 희망하는가.
ㄹ - 구불구불한 인생. 수학에서 말하는 a 에서 b를 제는 '거리'는 안타깝게 실제 생활에서는 그닥 존재치 않는다. 무지하게 노력해도 자꾸만 멀어지는 듯한 나의 꿈일 수도 있고, 자꾸만 돌아가는 듯한 답답한 내 인생일 수도 있다. 인생이 원래 그런거다.
ㅁ - 입. 성경에서 매우 많이 언급되는 메시지로서도,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으로도, 눈, 눈썹, 콧구멍, 귀와 다르게 하나밖에 없는 이유로도. 화를 내뿜을 수도, 영혼에 단비를 내려줄 수도, 미움을 만들어낼 수도, 상대방을 춤추게 할 수도, 마음을 갈기갈기 찢을 수도 있는 엄청난 이것. 잘나가던 그'분'을 순식간에 탐욕과 자만의 구렁으로 밀어넣을 수도 있는 그것. 신이 우리에게 많은 실수를 하게끔, 그속에서 고통을 수반하는 배움의 기회를 주려고 만들어 놓은 장치인 것인가.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산을 차곡차곡 올라가며 성공적인 삶을 이어가다가, 급격히 내리막길 속에 무너져 내리며 관계와 험악함을 표현하는 자신. 하지만 여정을 마치는 직전에 찾아오는 오르고 내림이라는 것이 만들어내는 삶 전체에 대한 깨달음.
원래 ‘살다’라는 유래를 가진 삶이라는 단어가, 이 순간 '사람'으로 보인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담겨 있는 단어. ‘너무 철학적인데?’ ㅎㅎ 미소를 머금는다.
Stev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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